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Feb 26. 2023

연어는 먹고 싶지만, 절약도 하려니,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샐러드바에서 연어만 삽니다. (핀란드)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나는 숫자를 좋아하고 슈퍼마켓을 좋아한다. 물론 다른 많은 것들도 좋아한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비교해 보는 게 즐거운지라, 코로나 이후 자리 잡은 슈퍼마켓 온라인 구매 배달서비스를 고려해 본 적도 없다. 특히, 채소나 과일, 육류와 어류는 내 눈으로 직접 고르는 걸 선호해서 그에게 사 오라고 부탁하는 것도 꺼린다.


예전에 슈퍼마켓에 무게당 가격을 매기는 샐러드바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한동안 샐러드바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내가 만드는 샐러드를 좀 더 풍성하게 해 줄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샐러드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연어나, 치즈, 팔라펠만 담을 경우 해당 제품만 따로 사는 경우와 어느 쪽이 이익인지를 살폈다. 연어의 경우 이득이 되었지만, 큰 이득이 아니었기에 구차하게 그 이득을 챙기려 하진 않았다. 그저 그램당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을 즐겼을 뿐이다.


샐러드바는 한동안 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눈길을 끓었지만, 곧 익숙해져 눈길조차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샐러드바에 대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속에 생선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어의 가격도 상당히 인상되었다. 많은 슈퍼마켓에서 연어를 킬로당 30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나는 생선 만지기를 싫어하는 데다가, 그가 양식 연어는 되도록 사지 말았으면 해서, 한동안 연어를 구매하지 않아 연어 가격 상승에 꽤 둔감했다.


내가 샐러드바에 호기심이 발동했을 때 하던 가격비교를 하고, 실제로 샐러드바에서 연어만 담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뉴스였다. 샐러드바에서 연어만 담는 사람들 때문에 일부 슈퍼마켓은 샐러드바에서 연어를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례로 한 슈퍼마켓은 생선코너에서 연어를 킬로당 24.95유로에 판매하는데 반해, 샐러드바의 샐러드는 킬로당 17.90유로 판매하고 있다. 만약 샐러드 그릇에 연어만 담는다면 킬로당 7.05유로 저렴하게 연어를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샐러드바를 이용하지 않는 나와는 상관없는 뉴스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아껴야 하는지 씁쓸해졌다. 삶이 얼마나 팍팍하길래 쪽팔림을 무릅쓰고 샐러드 그릇에 연어만 담을까? 얼마 전 라면을 사러 간 아시안 마트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아시안 마트와는 상관없었는데,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 덕에 생긴 줄로 꽤 길었다. 예년보다 온화한 겨울날씨와는 반대로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배고파서 추운 겨울인 것 같아 슬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장 난 세탁기와 지속가능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