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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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가 스쳐 지나간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접할 때면 예전 플랏메이트가 떠오르곤 한다. 헬싱키에서 첫 학생아파트를 공유했던 두 명의 플랏메이트 중 한 명이 우크라이나 출신의 V였다. V는 국적은 우크라이나였지만 알맹인 러시아 사람이었다. 조부모님이 구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던 V는 러시아어가 모국어였다. 돌이켜보니 V는 러시아인들과만 어울렸고, 우크라이나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V는 유럽연합 관련된 일을 해서 벨기에에 거주하던 리투아니아 출신 변호사와 사귀었다. V가 곧 관계를 정리했기에 둘이 어쩌다 만났는지까지는 듣지 못했다. V가 남자친구네 나라에 가면 리투아니아의 민족주의 분위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이해하면서도 리투아니아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해서 러시아어만 하는 자신이 불편하다고 했는데, 장거리 연애와 그 불편함이 헤어짐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과 러시아의 관계를 잘 모르기에 그녀의 리투아니아를 향한 불편함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인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부심보단 러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채 살아가던 그녀가 지금은 러시아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2007년, 에스토니아가 탈린 중심가에 있던 소련군 동상의 이전을 계획하면서 서로 다른 시각의 에스토니아계와 러시아계의 충돌이 발생해 국제 뉴스의 지면을 장식한 적이 있다. V는 해당 뉴스에 대해 소련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에스토니아를 대신해 독일군을 몰아내준 것을 기념하는 동상이니 그냥 그대로 두면 될 것을 굳이 옮기느라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불평했다. 내게는 그녀의 불평이 마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일본인이 일본이 한국 근대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 그 시절의 상징인 건물을 그냥 거기 그대로 두지라고 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다가 길 가다 마주친 V는 러시아 남자와 가정을 이뤘고 아이가 하나 있었다. 독일로의 이주를 고려한다고 말했던 그녀는 현재 핀란드나 독일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녀가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재산 증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에 아파트를 몇 채 소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쟁은 그녀의 가족과 재산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녀는 지금도 러시아를 두둔할까 아님 새로 우크라이나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했을까? 러시아인 남편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접할 때면 종종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다.
문득 우크라이나의 V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상당할 것 같아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증가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많은 우크라인들에게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어떤 이는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쓰려고 애쓰다 언어는 언어일 뿐이라며 다시 러시아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국심을 증명하기 위해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은 사회적 압박을 느끼는 이도 있었다. 전쟁 이전에 우크라이나의 문화의 일부로 함께 즐기던 러시아 예술과 문학이 배척되었다. 러시아와 관련된 역사를 포함하고 있는 일부 동상이나 표시들을 철거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쟁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크게 구분하지 않던 이들에게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살펴본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들 관련 기사 중 2개의 링크를 첨부했다. 링크 아래는 기사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들의 말을 간추려보았다.
"It's hard for me to switch to Ukrainian, but I will learn it for sure."
"For me, language is not attached to a nation. It's not attached to certain territory."
"My own mother tongue is Russian, but the war makes us want to become more Ukrainian. We don't want to have anything in common with the Russians who are killing us."
"I speak Russian, I don’t speak Ukrainian. I was always sort of distant from the Ukrainian culture. Now I feel my identity changed because I’m not close to Russia anymore. Now it’s, Okay, I’m Ukrainian."
"Well, I’m from the eastern part. And we all speak Russian, but nobody wants to be a part of Russia. The value system is very diffe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