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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2. 2023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왜? 수학을 잘하니까요!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며칠 전, 잠자리에 들기 전, 그가 딸이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게 왜 의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다. 보통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들이라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는 해도 콕 집어서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그가 대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아직 과목별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 것도 아닌데, 특정 과목 담당 선생님이 된다고 한 것이 신기하다 했다. 아니 왜? 난 그 나이에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특별한 건가? 그 나이엔 원래 수학자, 과학자, 의사,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지 않나? 이건 내 어린 시절기준이고, 요즘은 딸또래 아이들은 연예인이나 유투버가 되고 싶다고 할 것 같은데...


그가 딸이 수학선생님이 돼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왠지 딸이 좀 더 큰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엔 찬성이지만, 선생님보다는 교수나 학자를 꿈꾸면 좋겠다 싶었다. 어린 시절 수학자가 되겠다면, 밥벌이하기 힘든 직업이라며 내 꿈에 초를 치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의 생각을 내 구미대로 바꾸려는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나도 별 수 없는 아빠의 딸인가 보다. 딸의 꿈꾸기에 제동을 걸지 않도록 내 의견은 마음속에만 담아둬야겠다.


다음 날 밤에도 딸의 꿈이 구체적인 게 대견스러운지 그는 다시 딸의 꿈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러다 갑자기 간호사를 꿈꾸지 않아 다행이라 했다. 딸이 간호사를 꿈꾸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 같은 기세였다. 그는 딸이 굳이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간호사가 되는 게 싫다 했다. 그의 고모 2명, 삼촌의 아내, 사촌, 그리고 사촌의 딸까지 간호사인데, 그들을 보면 간호사는 고된 일에 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금전적 보상까지 적은 직업이라 딸에겐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했다. 이왕 고생할 거라면 차라리 의사가 돼서 인정받고 경제적 안정까지 이루는 게 좋을 거 같냐는 내 질문에 그는 동의했다. 


어린 시절 꿈이야 성장하면서 여러 번 바뀌니 무슨 꿈인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꿈만 아니라면 꿈꾼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아이가 꿈을 위해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 훗날 진짜 꿈꾸는 걸 이루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얼굴 표정을 가진 딸이라 배우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싶은데, 넘치는 잠재력을 가진 딸이 과연 어떠한 것들을 이루어나갈지 정말 궁금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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