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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8. 2023

딸의 7세 치과검진과 충치치료

핀란드라 이래저래 두 달이 걸린다. 이럴 때 한국이 그립다. 

배경 이미지: 충치치료받는 딸



2023. 3. 13


아이들이 치과나 병원을 가야 하면 주로 그가 동행한다. 핀란드어가 서툰 나보다는 그가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의 일정이 겹치거나 매우 피곤할 경우엔 내가 동행한다. 일부를 제외한 의료진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랜 핀란드 생활로 대충 말해줘도 나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내공이 생기도 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아이들을 통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어쩌면 성격상 해주는 말만 주로 듣는 그보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는 내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언어장벽을 무시하긴 어려우니 그가 가는 걸 선호한다. 


얼마 전 딸의 7세 치과정기검진에서 충치가 발견되었다. 치과정기검진은 (아마도?) 치위생사가 하고 이상소견이 있으면 치과의사를 예약해 준다. 충치 탓에 잡힌 치과 예약이 당일 갑자기 치과의사 개인사정으로 취소되었다가 다시 잡혔다. 석사과정 입학면접시험이 있는 주간과 겹쳐서 종일 면접하느라 지친 그 대신 내가 딸의 치과치료에 동행했다.


딸은 조잘조잘 치과의사와 치위생사와 대화를 나누며 의자에 앉았고, 충치치료를 잘 받았다. 부분마취 중 아프다 불평했지만 울진 않았다. 혼자 이를 닦겠다던 아들을 방치했다가 후회했던 경험 탓에 딸은 우리가 잊지 않고 이를 닦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안쪽에 있는 윗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다. 아들보다 사탕, 주스와 같은 단 음식에 더 일찍 더 많이 노출된 탓일까? 안쪽이라 칫솔질이 잘 되지 않은 걸까? 제일 안쪽 어금니면 영구치일 텐데... 그런데 반대쪽 윗어금니에도 충치가 있어서 치료가 필요하고, 아래쪽 작은 어금니에도 충치가 있긴 하지만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는 소견을 추가적으로 들었다. 


부분마취가 풀리는데 두 시간이 걸리며 마취가 풀릴 때까지는 음식물을 씹으면 안 된다는 치과의사의 안내에 나는 안도했다. 저녁 6시 진료라 딸이 배고프다고 징징될 것 같아 치과에 오기 전, 다른 날보다 일찍 저녁을 먹였는데 다행이었다. 반대쪽 같은 위치라 부분마취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는 설명에 딸의 저녁시간을 고려해 다음 예약시간을 저녁을 먹고 올 수 있는 시간으로 선택했다. 충치치료가 필요 없다는 이의 위치도 혹시 몰라 확인했다. 아들 때 충치를 발견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유치는 정말 갑작스레 섞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 눈여겨봐야 한다. 


정기검진엔 검진만, 치료는 한 번에 하나씩만 하는 느긋한 핀란드가 답답하다. 서둘러 예약을 잡아도 응급이 아니면 열흘은 걸린다. 응급도 하루, 이틀 걸릴 때가 있다. 13일에 충치치료를 받았는데, 예약 가능한 시간을 보여주는데 가장 빠른 날이 24일이었다. 치과의사의 개인사정으로 예약이 취소된 뒤 새로 잡힌 예약 시간은 2주 뒤였다. 한국이라면 그냥 하는 김에 다 해줄 법도 한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핀란드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딸의 치과검진과 치료에 이래저래 2달이 소요되다니... 게다가 치과검진 예약은 작년 말에 했다. 이럴 때 유독 빨리빨리의 한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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