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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19. 2023

아이들의 빈자리

기쁘다가도 그리운 것이 아이들의 빈자리가 아닐까? 

2023. 4. 7


아이들은 부활절 휴일을 할머니와 함께 하기 위해 떠났다. 중앙역에서 아이들을 할머니에 넘기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들이 없이 둘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기쁨에 바로 병맥주 하나를 들이켰다. 너무 빨리 마셨던 걸까? 살짝 취기가 돌았다. 그에게 가서 취기가 돈다고 투덜대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겠다 싶어 아파트 계단을 오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해 총 55층을 올랐다. 취기 탓인지 처음부터 숨이 찼는데도 불구하고 운동다운 운동을 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운동 후 기분 좋은 피로를 만끽하며 바닥에 대자로 누워 운동의 열기를 식혔다. 어렸을 때 열이 많아 찬 바닥에 몸을 누이고 뒹구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바닥에 누우면 몸이 힘들어서 웬만해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쩌다 바닥에 눕게 되면 어린 시절이 떠올라 조금 낯설게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에 누워서 계단을 오르면서 함께 한 오디오북을 계속 듣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이런 잠은 불편할 법도 한데 의외로 참 달다. 잠시 깼던 나는 그 달콤함을 편하게 지속하고 싶었던지 침대로 향했다. 아이들이 있다가 없는 집은 그 빈자리가 컸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 소리에 선잠을 자기도 했을 텐데 깨지 않고 3시간을 잤다. 푹 잤다고 하기엔 오만 잡다한 꿈을 너무 많이 꿨다. 


낮잠에서 깬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이들이 채우는 따스함이 빠진 집이 낯설었다. 보낼 땐 엄청 좋았는데,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이 이리 금세 그립다니... 아이들이 자라 독립하게 되면, 그때 빈자리를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부활절 휴일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느낀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끄적여 놓은 글을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야 다듬었다. 틈틈이 끄적여 놓은 글들을 마무리하도록 애써야겠다. 쓰다만 글이 너무 쌓이면 그 글들에 마음이 너무 눌려 새로운 글마저 쓰기가 꺼려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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