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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19. 2023

이웃에게서 고추모종을 얻었다.

만화책 얻으러 갔다가 고추모종도 얻어왔다.

배경 이미지: 이웃에게 받아온 사랑스러운 고추모종



아들이 좋아하는 도널드 덕 만화책(Aku Ankka) 나눔을 하는 이웃집에 들렸다. 이미 한번 나눔을 받은 집이라 좀 더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다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보였다. 우리 집은 이웃들만 보이는데, 바다가 보이다니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염치 불고하고 창밖 풍경을 살펴봐도 되냐고 물었다. 친절한 이웃은 나를 흔쾌히 집안으로 초대했다. 부엌에서 거실, 그리고 발코니까지 이어지는 한쪽 벽면에는 창문이 많았다. 그 창문으로 햇빛이 따스하게 들어왔다. 창밖으론 다른 건물들과 함께 바다가 보였다. 맨날 이웃만 마주하는 창밖 풍경만 보다가 확 트인 풍경을 마주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한동안 머물고 싶었지만, 충분히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돌아서려는데, 한쪽 창가 가득 모종이 눈에 띄었다. 고추 모종이라는 이웃의 설명과 함께 대화가 이어졌다. 고추를 한가득 키워서 말려서 요리할 때 쓴다는 이웃의 정성에 감탄하며 칭찬하다 보니 내손에는 2개의 고추 모종이 들려있었다. 득템이다!


아들이 태어나고서 나는 다년간 키우던 식물을 모조리 죽였다. 아이에게 신경 쓰다 보니 물을 너무 안 주거나 과하게 주다 다 죽였다. 그 뒤로 몇 번 더 식물과 함께 하려 시도해 봤지만, 모두가 헛수고였다. 결국 식물 기르기를 포기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하면 그때 다시 식물을 키워볼 생각이다. 의외로 여름에 잠깐 발코니에서 채소 기르기는 어찌어찌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발코니에서 키우는 채소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크는 채소에 비하면 너무 부실하다. 그래서 이웃에게 받아온 고추 모종을 친구에게 보내기로 했다. 전 직장에서 알게 된 핀란드 언니이자 친구는 여름 한철 채소 기르기에 진심이다. 친구는 헬싱키 시에서 여름텃밭을 빌려서 다양한 채소를 기른다. 마음이 넉넉한 친구라 자기가 기른 채소도 종종 나눠주고, 텃밭 한편에 나를 위해 깻잎도 키워준지 꽤 되었다. 모종을 받아온 뒤 친구에게 나를 위해 키우는 깻잎 옆에 저 고추도 같이 키워달라고 졸랐다. 친구는 고추를 키워본 경험이 없지만 밭에서 키워보겠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아직 날씨가 추어서 한동안에 집안에서 키워야 하니 친구에게 전해주기 전까진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때까지 죽이지 않고 잘 키워내느냐가 관건이다. 고추 모종아, 친구네 밭으로 이사 갈 때까지 제발 잘 살아있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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