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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7. 2023

선입견 마주하기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 쉽지 않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우리 가족 행사인 어린이 체스 시합에 참여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늘 참석하는 대회라서 대회 운영자와 안면이 있는 사이가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운영자가 혼자 온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어달라 요청했다. 별일이 아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주최자가 데려온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보다 컸다. 중학생으로 보였다. 핀란드 중학생이라면 당연히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 단정 짓고 그 아이에게 긍정의 대답을 기대하며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아이는 말없이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나와 운영자는 딸이 통역을 하면 되겠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순간 아이가 영어를 못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체스를 하는 아이라면 똑똑한 아이일 텐데,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반 친구들도 나와 간단한 대화가 되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우리 가족, 그 아이, 대회 운영자까지 모두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 중에 운영자가 아이가 중국에서 핀란드로 온 지 2년째고, 중국에서부터 체스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체스를 꾸준히 한 덕에 현재 아이가 속한 그룹에서 1등을 기록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제야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상황이 이해되었다. 무슨 생각에선지 나는 당연히 그 아이가 어려서부터 핀란드에서 자랐다고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초등교육을 받은 아이가 영어를 못하는 게 말이 되냐는 편견을 바탕으로 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데, 무심결에 선입견이 튀어나왔다. 그 선입견을 걷어내기 위해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했다. 어떠한 상황이든 여러 사정이 존재할 수 있으니, 상대방의 입장을 한번 더 고려하려고 애쓰는데도, 이렇게 불쑥 편견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려는 태도가 튀어나온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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