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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10. 2023

예전에 애정하던 동네 가게

누군가의 시장 이야기에 예전에 단골이었던 동네 가게가 떠올랐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 근처에 백화점이 있던 터라 장보기를 주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했다. 비싸긴 했지만, 상품의 질이 보장되었고, 퇴근시간에 맞물린 마감세일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소량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혼자 살았지만, 먹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1인가구 치고는 식료품 구매량이 많았지만, 시장의 기본 판매량을 버리지 않고 소비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게다가 어리다고 반말로 응대하거나 잘 모를 거라고 땡처리 제품을 넘겨버리려는 일부 상인들의 몰상식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백화점의 식품관을 애용했다. 식재료를 버리는 비용과 불쾌함을 감안하면 소량구매와 마감세일의 강점을 가진 백화점 식품관 이용이 비용적인 면에서 시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원칙은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보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기심이 많은 나는 가끔 시장을 구경하며 시장에서도 물건을 구매하는 모험을 했다. 그런 호기심으로 시장은 아니었지만 동네 중간에 있던 정육점과 그 옆 과일가게에서도 물건을 구매해 봤다. 큰 기대 없이 가봤던 정육점과 과일가게는 백화점 식품관 쇼핑에서 육류와 과일을 제외하게 만들었다. 정육점의 고기는 질이 괜찮았다. 적어도 내 입맛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처음 정육점에 갔을 때 혼자 먹을 정도의 양을 사기엔 미안했던 나는 사장님에게 돼지고기 목살을 1근 달라고 했다. 반 근 정도는 냉동보관할 생각이었다. 내 생각이 뻔히 보였던 건지 사장님은 내가 1인 가구인지를 묻더니 한꺼번에 다 먹지 못할 것 같다며 반 근 정도를 고기 사이사이에 랩을 끼워주셨다. 냉동했을 때 고기가 붙어있으면 불편하다며 편하게 해동해 먹으라는 배려였다. 정육점 사장님 덕분에 살림에 대한 팁을 하나 얻었고, 나는 그 가게의 단골이 되었다.


정육점 옆 과일가게는 평범한 동네 과일가게로 보였다. 정육점을 오가다 과일을 몇 번 샀는데, 신기하게도 살 때마다 과일이 맛있었다. 시장 과일가게는 보통 싼 가격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과일의 맛이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양이 많기도 했다. 정육점 옆 과일가게는 달랐다. 적당한 가격에 평타 이상의 맛이 보장되었다. 한 번에 파는 양도 과일을 좋아하는 내겐 부담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백화점 식품관에서 과일을 무겁게 들고 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사라졌다. 두 가게는 동네 중간에 있어서 장사가 안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단골이 되어보니 두 가게가 집 가까이에 있어서 더 좋았다. 고기나 과일이 생각날 때 부담 없이 뛰어가 사다 먹을 수 있는 가게인데 친절했다. 어느새 두 가게가 계속해서 그 자리에 계속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거기에 자릴 잡고 장사를 했나 보다. 나 같은 동네주민들을 포섭하면서 말이다. 일반가정은 물론 원룸촌의 1인 가구까지 매료시키면서 하는 동네장사라니... 세월이 지나서도 두 가게가 가끔 생각나는 건 그들이 장사방식이 정답에 가까워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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