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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ep 01. 2023

여름은 끝났다. 글도 못쓰고,

몸이 굼뜬 걸까?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만 바쁘게 지나간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한동안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아주 가끔 글을 끄적이기도 했으나, 마무리하진 못했다. 마지막 글이 언제였을까?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올린 글을 찾아보니 6월 1일이었다.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 6월 초였으니까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손을 놓은 것이다. 글쓰기의 긴 휴식에서 깨어나기 위해 조금은 억지로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던 몇 가지 글감 중 그나마 쉬이 써질 것 같은 걸 골라 자리를 잡았다. 글 쓰는 게 이리 어려웠던가? 다른 이들에게 수다로 몇 번 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만 하면 되는데 왜 머리를 쥐어짜 내는 느낌일까? 다행히 글을 완성했다. 그 글을 올린 게 8월 29일이니 3개월 가까이 손을 놓은 셈이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 보면 딱히 한 거도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유유자적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난 나름 바빴다. 대체로 이런저런 일로 종종 거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갔다. 그나마 여유를 찾고 자리에 앉으면 한밤 중이었고 정신은 지쳐서 이미 퇴근한 뒤였다. 6월 초엔 아들의 전국 체스대회를 따라갔다. 드물게 알바도 했다. 아이들을 먹이고, 이것저것을 치우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특히, 6월에 그가 예년과 달리 일에 집중해야 하는 바람에 내가 좀 더 아이들을 돌봤다. 


7월엔 그가 지난겨울에 기획했던 여름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고, 연중행사인 놀이동산도 다녀왔다. 그의 어머니 여름 별장에 일주일간 다녀왔다. 그가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와서 뒤늦게 내 생일을 챙겨줬다. 그러고 나니 8월이 왔고 금세 개학을 했다. 이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나고 나니 어찌어찌 바쁜 나날을 보냈거나, 너무 지쳐 좀 쉬엄쉬엄 보낸 날도 있었다. 중간에 에너지가 상당히 소비되는 알바를 며칠 하기도 했다. 지인을 만나기도 했다. 만나면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지 않던 습관 탓이었다.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사람들을 만나려 애썼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벌써 9월의 첫날이다. 오늘도 그냥 지나면 안 될 것 같아 나를 달래 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억지로라도 날 위한 시간을 늘려야겠다. 어찌 보면 게을렀고 어찌 보면 가족과 함께 하느라 내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여름을 뒤로하고, 나를 위한 상쾌한 가을을 누리고 싶다. 백수 청산 프로젝트도 시작하고 좋은 열매를 맺고 싶다. 그냥 정신없이 지나간 여름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변명을 늘어놔야 훌훌 털어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엄청 새로운 나날을 기대하진 않는다.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을 것이고, 시간도 슝슝 잘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나를 붙잡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도록 애쓰다 보면 조금씩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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