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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03. 2019

아들, 집에 오는 길은 멀고 험하니?

학교는 금방 가던데, 집으로 돌아올 때는 집이 산너머로 도망가나 보다.

2019. 3. 29


아들의 등교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9시 5분, 수요일은 10시 15분, 목요일과 금요일은 8시 15분까지 학교에 가야 한다. 아들 걸음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학교가 있다. 우리는 아들이 여유롭게 학교를 갈 수 있게, 수업 시작 15분 전에 집을 떠나게 돕는다. 그렇지만, 아들은 종종 수업 시작 10분 전에 집을 나선다. 수업 전에는 교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일찍 가봐야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서둘러 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학교가 일찍 끝난다. 그 후 방과 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4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니, 4시에 학교를 떠난다. 이론상 4시 15분쯤에는 집에 도착해야 하지만, 이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니 한눈팔지 말고 집으로 곧장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하면 4시 15분쯤 집에 온다. 그래도 부탁하면 내 말에 귀 기울여주니 기특하다. 딱히 부탁하지 않으면 보통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집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겨우내 내렸던 눈이 녹아서 질퍽거리는 길을 거쳐 오느라 아이의 겉옷 바지, 장갑, 신발은 늘 젖어있었다. 다행히 방수가 되는 기능성 제품들이라 안쪽은 잘 젖지 않았다. 하루는 신발을 속까지 적셔왔다. 물이 신발 안으로 스며들었다기보다는 어디 물 웅덩이에서 풍덩거리다 온 것이 틀림없었다. 신발 안이 젖으면 말리기 어려우니 신발 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그 뒤로는 고맙게도(?) 귀신같이 신발 겉면만 적셔왔다.


3월 말이 되자 눈이 쌓여있는 곳을 제외하곤 눈이 다 녹아 없어져 땅이 대체로 건조해졌다. 날씨도 연일 건조해서 딸아이는 겉옷을 말리거나 할 필요가 없어져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우리 멋진 아드님은 도대체 어디서 구르다 오시는지 겉옷 바지가 젖어있는 것은 기본이고 옷이 진흙투성이가 돼서 돌아오기도 했다. 30분은 족히 넘는 하교시간 동안 아들은 무엇을 하는 걸까? 아들 몰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따라가 볼까?


아들이 집에 오는데 오래 걸리긴 해도 1시간을 넘긴 적은 없었는데, 3월 28일은 오후 5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았다. 비록 길지 않은 길이지만 돌아오는 길에 무슨 사고가 났나 걱정이 되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해변가로 오기 때문에 차사고는 아닐 텐데... 나가서 애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할 때쯤 아들이 돌아왔다. 모노큘러로 바닷가에서 새를 관찰하느라 바빴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 낚시하던 분을 사귀어서(?) 낚싯대를 빌려 루어낚시까지 하시다 돌아오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단다. 안타깝게도 물고기를 낚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침에 아들이 방에서 모노큘러로 창밖을 관찰해서 이웃을 염탐한다고 놀렸는데, 아빠가 이웃이 아니고 새를 관찰하는 거라고 대변해 주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때 모노큘러를 챙겨서 학교에 갔구나. 아들을 불러서 무릎에 앉혀놓고 너무 늦어서 걱정했다며 다음부터는 아침에 엄마한테 하굣길에 새를 관찰하려고 모노큘러를 챙겨간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엄마가 아들이 왜 늦는지 걱정하지 않고 좀 늦게 돌아오겠구나 예상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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