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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18. 2023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꺼졌다.

춥다. 추워! 그래도 실내온도는 20도다. 역시 핀란드인가?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어젯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집에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잠들기 전 미리 준비한 덕에 밤잠은 무탈하게 잔 아이들이 아침에 집이 추운 이유를 물었다. 아파트 관리회사가 난방 시스템을 점검하는 중인데 난방 트는 걸 깜빡한 것 같다고 차분히 설명해 줬지만, 부아가 치밀었다. 관리회사의 부실한 자금운용으로 인해 내년에 월세가 무식하게 오를 예정이다. 아파트 관리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월세만 올린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양심에 찔렸는지 관리회사가 급작스레 난방파이프 점검과 환기구 청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난방파이프 점검한답시고 낮에는 난방을 꺼놓는데, 어젠 밤에도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왠지 이런 식으로까지 난방비를 아끼려는 수작이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마침 라디에이터의 물을 빼러 온 사람에게 난방이 들어오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난방이 되었을 거라는 말에 집 전체가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난방 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놨다. 오늘 밤에는 난방이 제대로 작동될지 묻자 당연히 작동될 거라고 답하는데 신뢰가 가지 않았다. 결국 만약을 위해 밤중 연락 가능한 번호를 요구해 명함을 받았다. 아파트 페북 담벼락엔 이웃들의 춥다는 원성이 상당했다. 받은 명함을 페북에 공유할까 하는데 난방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왔다. 일꾼들이 라디에이터의 공기를 빼자마자 라디에이터에 온기가 돌았다. 명함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처음에는 라디에이터 점검한다고 와서 온도 조절하는 손잡이를 빼놓고는 며칠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라디에이터에서 물을 뺐다. 파이프라인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아직 한 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우리 집 난방 라디에이터는 5개뿐인데, 아파트의 모든 집을 돌아야 한다고 해도 좀 너무 하다 싶다. 오늘은 아침에 라디에이터 1개에서 물을 빼더니, 오후에 라디에이터 3개에서 공기를 빼고, 또다시 라디에이터 1개에서 공기를 빼러 왔다. 결국 아직 물조차 빼지 않은 라디에이터는 손도 대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오후 4시 30분을 넘겼는데도 따뜻해지지 않는 그 라디에이터는 아마 주말 내내 차가울 것 같다. 그래도 나머지 4개가 작동할 테니 불행 중 다행이다. 


이럴 때 진짜 후딱후딱 일을 끝내버리는 한국이 그립다. 그러나 이 와중에 어젯밤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되지 않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온도가 20도를 유지하는 게 신기했다. 평소 실내온도가 22도인데 난방 없이 영하의 날씨에서 실내온도가 2도만 떨어졌다는 게 대단하다 싶었다. 그러나 창가 옆에 서면 찬 공기가 느껴져 창가 옆으로 온도계를 옮겨보니 온도계가 18도를 가리켰다. 단열이 뛰어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아리송한 상황은 대체 뭘까? 난방이 작동되지 않아 집이 추운 와중에 온수로 라디에이터가 데워지는 화장실만은 따듯해서 잠시 화장실에서 잘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더는 이런 추운 경험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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