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할 것 같지만, 찾으면 찾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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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의 생일 파티가 수요일이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월요일이 되었다. 일요일, 대형마트에 들렀을 때 떠올랐으면 좋으련만... 월요일, 동네 쇼핑센터로 장 보러 간 김에 장난감 코너가 있는 상점에 들렀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라 고향이 인형을 선물하고 싶다는 딸의 의견을 반영해 고양이 관련 상품을 찾았다. 딸의 조건이 문제가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고양이 인형은 고사하고 초등학교 2학년에게 선물로 줄 만한 고양이 관련 상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 옆지기는 딸과 선물에 대한 대화를 자기가 해선지 선물 후보군을 영상통화로 보여달라 요구했다. 감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이해는 하지만, 굳이 딸 친구 선물을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 싶었지만, 옆지기가 아이들 친구 생일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내게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려주는 걸 보면 나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일 뿐이리라. 어쨌든 그의 좀 과하다 싶은 요구 덕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오히려 안도할 수 있었다. 영상통화로 장난감 코너를 함께 돌며 고양이 관련 상품 대신 하마비즈 선물세트를 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좀 찝찝했다. 딸이 고양이 관련 선물을 주고 싶다 했는데 다른 걸 산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때마침 지인과 점심 약속을 정하는 중이라 지인에게 화요일에 보자고 통보 같은 제안을 했다. 딸 친구 선물만을 위한 시내 외출은 좀 아니다 싶었는데 잘 된 일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 장난감 가게 들렀는데, 고양이 인형이 많지 않았다. 그중에 내 맘에 드는 건 더더욱 없었다. 이렇게까지 애를 쓰는데 대충 아무거나 고를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심 식사 후에도 몇몇 상점을 더 가봤지만, 결국 제일 먼저 들른 장난감 가게로 향했다. 너무 비싸지 않고 이 정도면 선물로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고양이 지갑을 샀다. 그런데 딸이 아프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참석도 못할 생일파티에 가져갈 선물에 이렇게 애를 쓰다니 좀 허무했다.
고양이 인형은 흔할 거라 여겼는데, 핀란드라서 일까? 아이들이 줄어서일까? 인터넷 쇼핑 탓일까? 급하게 아이들을 위한 물건 하나 사기가 이렇게 까다롭다니... 내 어린 시절은 한국이 그리 잘 살던 시절이 아니라 장난감이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상품이 넘치는데, 무언가 원하는 걸 사려면 은근히 찾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장난감 없이 자라서 그런지 아이들 장난감이나 선물은 대체로 이쁜 쓰레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그걸 찾기 위해 노력까지 해야 한다는 게 좀 못마땅하다. 아이들이 굳이 쓰레기를 돈 주고 사는 걸 보면 가끔 울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나를 달랠 뿐 아이들에겐 토를 달지 않는다. 각자의 세대에 맞는 문화를 무시하면서 내 아이들을 고립시키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은 이런 내 마음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