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디스코장으로 만들고 춤을 추는 아들, 흥을 춤으로 표현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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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가끔 자기 방을 디스코장으로 변신시킨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암막 커튼을 쳐서 방을 어둡게 만들고 불이 들어오는 장난감을 여기저기 늘어놓는다. 광선검, 여러 가지 색깔의 불이 깜빡이는 손잡이가 있는 핼러윈 호박 양동이, 손전등 등의 불을 켜고 자신의 휴대폰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튼다. 아직 음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아빠나 엄마가 골라준 노래를 튼다. 그리고 엄마와 동생을 자기 방으로 초대한다. 아빠도 초대하지만 초대에 잘 응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끔 아들의 춤을 따라 하며 놀리기도 한다. 나는 딸과 같이 아들의 초대에 응해 신나게 어설픈 춤을 추고 아들의 디스코장을 칭찬한다. 딸은 음악 소리가 들리면 오빠가 초대하지 않아도 뛰어갈 정도로 오빠가 꾸민 디스코장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도 자신만의 춤을 즐긴다. 그러다 종종 거실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춤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때 아들이 추는 춤은 일정한 형식이 반복되는데,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이상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찍어놨다.
지난 토요일 혼자서 아들의 대모와 대모의 동료들을 만나 바비큐 파티를 했다. 아이들 없이 엄마가 아닌 나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면 의도치 않게 어느샌가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아들의 춤이 생각났다. 아들이 춤은 젬병인 것 같다며 너무 웃기게 춤을 춘다고 아들이 춤추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춤추는 게 업인 이들이라 그들의 의견이 듣고 싶었나 보다. 그중 하나가 아들의 춤이 막춤이 아니고 유행하는 춤이라고 말해줬다. 아들이 춤출때마다 웃긴데 너무 웃으면 아들이 삐지거나 상처받을까봐 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유행하는 춤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아들과 비슷한 춤을 추는 사람이 있었다.
Backpack Kid Dance
며칠 전 슈퍼에 공병을 반납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아서 현금 9유로가 생겼다.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짝에게 아들 용돈으로 알아서 챙겨주라고 주었다. 짝도 챙기는 게 귀찮았던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들에게 미리 용돈을 줘도 괜찮냐고 물었다. 아들의 눈이 반짝거렸고, 아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일주일에 3유로씩 용돈을 받고 있다. 3주 치를 한꺼번에 미리 받은 아들은 기분이 좋았는지 거울 앞으로 뛰어가 본인의 시그니처 춤을 추었다. Backpack Kid Dance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