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있는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외동으로 자라다가 동생이 생겨 갑자기 오빠의 노릇을 해야 하는 '쿤'이 어쩌다 시간 속 환상여행을 떠난다. 쿤은 자신의 자리를 동생 '미라이'에게 빼앗긴 것 같아, 동생이 밉다. 환상여행에서 다른 시간대의 가족들과 만나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면서 쿤은 성장한다. 쿤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본의 침략전쟁 시기의 모습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시간이 얼기설기 얽혀서 오늘의 가족에 이르는 것을 섬세히 보여주기에 대체적으로 맘에 든다.
여동생이 생긴 4살 오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과 같은 설정이라 아이들과 같이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첫째가 둘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쿤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아들은 쿤처럼 동생을 심하게 질투하지 않았다고 했고, 동생에게 관심이 쏠려서 서운한 마음을 갖는 쿤을 공감하기도 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이 보면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는 것 같다. 감독이 상당히 유명하던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몰랐다.
미래의 미라이를 보니 아들과 딸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다행히도 쿤과 달리 4살의 아들은 동생을 잘 받아주었다. 할머니, 할머니의 남자 친구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아들은 처음 만난 동생을 조심스레 받아 들고는 신기해하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자신을 제외한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셋이서만 병원에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도 동생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있으니 참 다행스럽다.
외출에서 나와 같이 돌아온 딸에게만 관심을 쏟는 두 남자를 보면서 "애나 어른이나 남자는 영계를 좋아한다."는 농을 친 기억이 있다. 사실 조금 서운했다. 나도 그런데, 아직 어린 아들은 오죽하랴? 동생이 이뻐도 시시때때로 서운하고 샘이 날 것이다. 그 마음을 속으로만 헤아리면 아들이 모를 수도 있어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인 딸에게 그러지 말라고 혼내는 척을 하기도 했다. 아들에게 동생도 혼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럴 땐 아들은 웃었다. 쌤통이라기보다는 동생이랑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안도의 웃음 같아 모른 척했다.
요즘 아직은 작은 딸아이가 내게 매달리면 아들도 같이 매달린다. 생각 같아선 다 떼놓고 싶지만 힘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딸은 물론 아들의 치댐까지 받아준다. 동생이 엄마를 과하게 독차지하고 있다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해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다 힘이 든다고 이야기를 하면 아들은 대체로 이해하고 물러서 준다. 오빠니까 안된다가 아니라 엄마가 힘이 부족해서 안된다로 접근하려고 애쓴다. 때로는 서운해하면서도 이해해주는 아들이 고맙고도 안쓰럽다.
동생을 예뻐만 하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인가부터 동생 골리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동생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는 듯 개구쟁이의 미소를 함빡 머금곤 한다. 밖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잘 대해주는데, 유독 동생에게만 시비를 건다. 딸은 당한 게 있어서 그런지 오빠가 개구쟁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서기만 하면 소리를 지른다. 이때도 잊지 않고 둘 다에게 그만하라고 하지만 둘 다 잘 듣지 않는다. 어느덧 이것이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