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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23. 2019

킥보드 (쓰레기)를 주었다.

주운 킥보드가 아들의 것이 되기까지: 닦고, 고치고, 그냥 새로 사지!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19. 4. 21


아파트 쓰레기 버리는 곳 (창고 같은 실내)에 킥보드가 눈에 띄었다. 못 쓰는 거면 바퀴 떼서 금속 쓰레기로 분리 배출하면 될 것 같더구먼, 마치 '사용 가능하니 가져가세요'라는 듯이 구석에 살며시 놓여 있었다. 아들 녀석이 떠올라서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는데, 쓰레기 버리고 온 아빠가 내 의견을 묻는다. 아들이 원한다면 가져오라고 했더니, 관심 없을 것 같았던 아들이 좋다고 해서 결국 킥보드를 주어왔다.


아들은 신이 나서 킥보드를 닦았다. 전 주인이 붙여놓았던 스티커까지 말끔히 떼어냈다. 깨끗이 닦아놓은 킥보드에 새로 스티커를 붙여가며 열심히 꾸몄다. 킥보드를 타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 학교로 향했다. 아들의 학교는 아스팔트가 깔린 넓은 공간이 있어 킥보드 타기에 좋다. 막상 킥보드를 타보니 발판 뒤쪽이 내려앉아 바닥에 쓸려서 제대로 탈 수가 없었다. 멀쩡해 보여서 주어왔는데 그러면 그렇지 망가져서 버린 거였구나! 분리수거나 해야겠다 싶은데, 아빠는 킥보드를 고칠 궁리를 한다.


감기가 다 낫지 않아 계속 목이 따끔거리는 데다가 부활절 연휴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세 체력이 방전돼서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는 동안 누군가 톱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설마 했는데, 일어나 보니 아빠가 내려앉은 킥보드의 발판을 잘라내고 남은 발판에 새로 구멍을 내어 뒷바퀴를 붙여서 발판이 조금 짧아지긴 했지만 킥보드를 멀쩡하게 고쳐놨다.


고치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새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건만, 이 사람이 왜 엄한데 정성을 들이는지 싶다가도, 환경을 생각하면 잘한 일이다 싶다. 그래도 제발... 당신의 노력이 저 킥보드 하나보다 훨씬 값지다고 이 사람아! 멀 그렇게 뚝딱뚝딱 고치는지... 아들은 그렇게 아빠의 노력이 듬뿍 담긴 킥보드를 가지게 되었다.


주어서 닦고 고친 아들의 킥보드와 딸의 페달없는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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