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뽑는 일은 아빠가 도와주는 일이다. 엄마는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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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만으로 7살이다. 8살이 되는 올 가을에 2학년이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젖니를 뺏다. 아기 때 첫 이가 늦게 나서 빠지는 것도 늦나 보다. 아래 앞니를 이미 한번 뺀 경험이 있어서인지 두 번째 젖니 빼기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아빠가 치실로 앞니를 묶어주고 흐르는 침을 닦아준다. 그리고 치실을 아들 손에 쥐어준다. 치실을 위로 빠르게 잡아당기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빠의 지도를 바탕으로 아들은 앞니를 잡아 뺀다. 앞니가 빠진 후 아들은 괴성을 지르며 이가 빠진 곳에 휴지를 댄다. 그렇게 앞니를 뺀 아들은 아빠가 대견하다며 엄마에게 찔러 나온 2유로를 받았다. 왜 줘야 하는지, 왜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들은 그렇게 용감하게 이를 뽑은 대가를 챙겼다.
아들이 처음으로 젖니를 뺐다. 이런 일은 다행스럽게도 엄마보다 강심장인 아빠가 주관한다. 아빠는 처음에는 일반 실로 아들의 앞니를 묶어주려고 시도했다. 원래 계획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치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의 앞니를 치실로 묶어주고 아들에게 실을 쥐어주었다. 살짝 겁에 질린 아들은 치실 잡아당기는 게 영 신통치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대신해주겠다고 하자 거부했다. 스스로 실을 잡아당기기로 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를 뽑았다. 약 3초 후 아들은 빠진 이를 보고 약간의 괴성을 질렀다. 아빠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던 엄마에게 아들이 피가 나는데 영상만 찍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게 머라 해놓고는 나중에 영상 보면서 웃는 건 머야?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나는 아들처럼 용감하지 못했다. 이를 뽑던 나는 겁에 질려 있었고 되도록이면 그 순간을 최대한 미루려 애썼다. 제법 익숙해졌을 때는 혀와 손가락으로 계속 이를 흔들리게 해서 빼기도 한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아들을 보며, 성장한 만큼 내 품에서 조그씩 멀어지는 아들을 보며, 대견하면서도 조금 더 내 안에 품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