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46-

머리카락

by 이사금

46. 머리카락

원룸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혜리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와 기척을 느낀 것 같았다.

그날은 워낙 피곤했기에 꿈을 꿨다고 생각한 혜리는 아침이 되자 피로에 젖은 몸을 일으켰고 천천히 방을 청소하면서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내 혜리는 방안에 놓인 거울 앞에서 긴 머리카락을 여럿 발견했고 처음 그것이 자신이 흘린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것은 약간 곱슬기가 있는 혜리의 머리는 떨어지면 휘어지거나 구불구불한 티가 나는 반면 계속 발견되는 머리카락은 매끈한 직모에 가까웠고, 그 색깔도 그의 머리카락보다 짙었다는 점이었다.

- 혹시 전에 살던 사람이 흘리고 간 걸까?


하지만 1년 동안 공실이었던 곳에 전 주인이 남긴 머리카락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찜찜함을 간직하면서도 혜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날은 일을 마치고 힘겹게 원룸으로 돌아온 혜리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샤워만 간신히 한 해 겨우 잠자리에 들었던 날이었다.


피로 때문인지 얕은 잠에 빠졌던 혜리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사락거리는 기묘한 소리와 알 수 없는 존재감에 천천히 눈을 뜨게 되었고 이내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지금 방의 거울 앞에서 긴 머리칼을 지닌 어떤 여자가 앉은 채 조용히 머리를 빗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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