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48-

측신의 경고

by 이사금

48. 측신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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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 나 말고 사람이 더 있었어.


재희가 화장실을 가려고 불을 켰을 때 그 시간은 새벽 2시를 넘어섰고, 옛날에는 그 시간을 축시(丑時)로 보았으며 그때 귀신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더 겁을 먹은 것일지도 몰랐다.


재희가 화장실에서 얼핏 본 사람 그림자는 다름 아닌 그곳의 수호신이자 가택신 중 하나인 측신(廁神)이었고, 이례적으로 측신이 재희에게 모습을 잠시나마 드러냈다.


- 벌써 그놈이 이 집에 들어온 게 한두 번이 아니야.


본디 그는 뒷간을 지키는 여신이었지만 동시에 집을 지키는 일을 분담하는 이였고 누구보다 예민하게 집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측신은 재희와 재희의 가족이 여기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사이 어떤 남자가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 걸 알았다.


처음엔 다른 가택신들도 그 남자가 재희의 가족이나 지인이겠거니 여겼으나 착각이었고, 그 이상한 남자는 재희와 그의 가족이 집을 비운 시간대만 기가 막히게도 찾아왔다.


그는 온 방을 헤집으면서도 교묘하게 자신의 흔적을 숨겼으나, 화장실은 제멋대로 이용했기에 측신은 가장 먼저 위화감을 느꼈다.


이 가족에게 어떤 해코지할 마음을 품은 것인지, 아니면 신들도 파악할 수 없는 다른 목적이 숨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측신은 귀신처럼 존재를 드러내 재희에게라도 경고를 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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