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54-

귀신 쫓는 범

by 이사금

54. 귀신 쫓는 범

wphoto-sky-lantern-4959935_640.jpg


- 하얀 호랑이가 날 지켜줬어.


얼마 전부터 예영은 자신을 쫓아오던 섬뜩한 무언가가 하얀 호랑이에게 쫓겨나는 꿈을 반복하며 꾸었다.


아마 예영이 그 꿈을 꾸게 된 건 집 근처의 기분 나쁜 골목을 지나친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때는 그저 일이 늦게 끝나서 일찍 돌아가려 했을 뿐이고, 갑자기 자신을 스친 눅눅한 바람을 맞고 몸이 아팠던 건 날씨가 추워져서 몸살이 난 거라고만 생각했다.


묘하게도 예영은 가끔 그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옛 시절 집에 상(喪)이 났음을 알리려고 거는 등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골목은 예전부터 살인 사건이 났었다느니, 귀신이 출몰하는 곳이었다느니, 사고가 잦은 곳이었다느니 별별 흉흉한 소문이 다 돌았으나 진위는 확실한 게 없었다.


다만 몇 가지는 헛소문이 아닐지도 몰랐고 그 골목을 지나간 다음 날 심하게 몸살을 앓았던 예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쫓기다가 갑자기 나타난 하얀 호랑이에게 구원받는 기이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리고 기묘한 꿈에서 깨어난 예영은 곧 침대 아래쪽에 떨어져 있는 작은 인형을 발견했다.


그건 조금은 꾀죄죄한 하얀 호랑이 인형이었고 한때 뽑기로 사 둔 뒤 치우려고 마음도 먹었지만, 정이 들었는지 차마 버리지 못한 채 줄곧 방에 간직했던 것으로 요새는 자꾸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곤 했다.


꼭 그 머리가 문가를 향한 게 인형이 뭔가로부터 예영을 지키려는 것처럼.




※ 『괴담 : 열 줄 소설』은 매주 화요일/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괴담 : 열 줄 소설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