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일어난 일
55. 공원에서 일어난 일
경섭은 나이를 먹을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걸 실감하며 이른 새벽부터 마을 공원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가로등 아래 엉켜있는 두 남녀가 보였고 그는 요새 젊은 애들은 창피한 줄을 모른다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여자 쪽이 남자에게 기대어 그 팔이 힘없이 덜렁덜렁 움직이는 게 술에 잔뜩 취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최근에 이 마을에 사람들이 늘면서 별일이 다 일어난다고 여긴 그는 찬찬히 걸어가면서도 힐끔힐끔 가로등 아래에서 꾸물거리는 남녀를 살펴보았다.
엿보는 게 아니라, 저 인간들이 눈에 들어온 거라며 저런 짓을 하는 인간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던 경섭은 문득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남자에게 매달린 여자는 이상할 정도로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가고 있는 것이 마치 인형이 사람의 동작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도 보였다.
거기다 남자는 여자의 몸을 포옹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짐짝이라도 되는 것처럼 끌어당기고 있지 않은가.
여자는 술에 취한 것이라기보단 정신을 잃은,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시체와 같이 생기가 없는 상태로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순간 남자가 경섭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때 남자가 당장 경섭을 어찌하려고 달려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눈이 마주친 경섭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황급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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