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혹은 착각이 아닌
57. 착각 혹은 착각이 아닌
세진은 사람이 서 있기 힘든 비탈길에 흰 옷자락을 펄럭이는 여자가 서 있는 걸 보았을 때부터 이번 등산은 글러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저게 귀신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번 등산은 쌍둥이 언니인 세영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도한 것이고 막상 희한한 걸 보긴 했지만, 세진은 자신이 본 게 착각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해하면서도 감히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언니인 세영은 달랐고, 잠시 쉬어가는 길에서 세영은 세진이 본 비탈길 근처에서 귀신을 보았다고 기겁하더니 곧 하산하겠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저거 사람이야!”
그때 세영을 진정시키려고 붙들던 혜림이 입을 열면서 한 방향을 가리켰고, 세진을 비롯하여 거기 모여있던 등산객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영이 귀신을 보았다고 난리를 쳤던 자리에 쓰러져 있는 어떤 등산객이 보인 것이다.
이후 경찰과 구조대에 신고하고 한바탕 소동을 겪은 세진 일행은 비탈길에 미끄러진 등산객이 무사히 구조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어쨌든 그날은 등반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산에서 내려오게 됐고, 세진은 그럼 자신이 본 게 무엇이었는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세진은 세영과 혜림이 발견한 등산객이 아닌 전혀 다른 여자가 그 비탈길에 서 있었다는 걸 차마 다른 이들에게 밝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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