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휘말려 들다 (2)
#006. 공포환상기담 : 엑스트라, 휘말려 들다 (2)
이 소설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었다.
“형사님, 여기서 무서운 살인 사건이 났었어요.”
뭐, 대강 이렇게 어떤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형사들에게 근방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꽤 단조로운 일이지만 위험한 것은 없다. 이름도 나오지 않는 단역이지만 뭐 나름 소설의 전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까.
“헉?! 귀, 귀신…?!”
또는 살해당한 여자의 혼령을 목격하고 깜짝 놀라는 것도 해당할 수 있겠다. 그 여자가 나한테 다가왔을 때 공포에 질려 무시하는 것도 포함이다.
“혹시 형도 그것을 봤어요?”
때론 이렇게 어떤 꼬마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는 한다. 그때가 되면 난 꼬마에게 대답을 해 줄 뿐이다. 최대한 무서움에 질린 표정으로 ‘응’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말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세 가지뿐인 것이다.
분명히 이 세상의 조물주, 말하자면 작가란 양반은 나에게 그 정도에 불과한 설정과 서사만 부여한 것일 테다.
그러나 엑스트라에 불과한 나라도 사소한 일상을 많이 마주치곤 한다. 그것만으로는 이 세계가 소설 속 세계라는 걸 알아채는 단서가 되지 못 할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난 저 세 가지 상황이 소설의 주요 전개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는가.
그 이유는 저 세 가지 상황이 나에게도 여러 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이 소설은 루프물에 해당될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러나 나는 어쩌다 반복을 기억하게 된.
따지고 보면 내가 하는 역할이란 단순한 것이고 조금 놀라는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다.
그러나 벌써 몇 번째인가. 같은 나날을 경험하는 시간이. 내가 이 반복을 깨닫지 않고 망각했더라면 그냥 편하게 넘어갔을 것을.
나는 나와 이 세계에 포함된 인간들을 만들어낸 신이 한낱 작가라는 것은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러나 그가 지금 소설을 출판하기 위해 한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거나 어디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우리를 이용해 자기가 풀어놓고자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목적은 분명하리라.
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행복한 내용을 쓰는 자는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 이 이야기가 주인공들이 힐링을 받거나 성취를 얻고 평온 감에 젖는 이야기라면 굳이 내가 만나야 하는 상대가 끊임없이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이거나 억울하게 살해당해 성불도 하지 못한 여자의 유령이거나, 아니면 귀신을 보느라 늘 우울하게 지내야 하는 초등학생일 리가 없는 것이다.
아, 빌어먹을 조물주여!
내 생각엔 그도 우리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는 자기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고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내 생각엔 그는 일상에서 성취를 느껴본 적도 없고 행복하고 편안한 기억도 얼마 없었을 게 틀림없다.
자신의 상황이 한탄스럽고 주변 인간들이 원망스러워서 이따위 내용을 써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근처의 인간에게 감히 내색은 하지 못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건 아주 당연한 소리다. 엉뚱한 사람에게 자기감정을 푸는 짓거리를 해봐라. 까딱 잘못하면 폭력사태로 번지고 누구 하나는 피를 보거나 신상에 줄을 긋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보기엔 그는 이런 선택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식으로 분을 풀더라도 해가 없는 대상, 비난을 들어먹을 리 없는 존재를 만들어 자신의 울분을 쏟아내는 것.
자신 앞에 닥친 불행을 자신의 피조물에게 화풀이라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형사와 살해당한 채 유령이 된 억울한 여자와 귀신 보는 음울한 꼬마를 제외한다면 다행히 우리들 태반은 엑스트라였다.
어떤 세계 속에서는 조물주가 수틀릴 때마다 자연 재해급의 사건을 일으켜 사건과 무관한 인간들이라도 한 번에 목숨을 잃기도 하겠지만, 이 세계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여기는 평범한 현실이 바탕이고 고통받는 건 저 세 사람이다. 나 같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나나 다른 인간들은 고통받는 캐릭터들보다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나가는 행인 A와 유사한 존재란 말이다.
그런데 왜 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일종의 소설 내지, 그와 유사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떤 이유로 내가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닫게 되었는지는 그 과정은 아직까지 의문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최근에 읽게 된 만화나 소설에서 자신이 소설이나 게임과 같은 세계 속의 인간이라는 것을 주인공들이 자각하는 전개를 많이 보기도 했다. 그것이 일종의 복선이었는지 암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설마 이런 게 내 설정에 포함된 건 아니겠지?
하여간 난 내가 소설 속의 엑스트라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벌써 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간들 셋이 나를 스쳐 갔다.
앞에서 설명했듯 하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쫓는 노련한 형사였고, 하나는 범죄에 희생당한 가엾은 피해자의 혼령이었다. 하나는 귀신을 볼 줄 알기에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다 무섭다 느끼는 안쓰러운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나와 그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얄팍하기 그지없어서 나는 단순 그들을 목격하는 엑스트라 A가 되었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했는지는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다.
혹은 그들의 후일담을 듣게 되더라도 마치 뉴스에서 경찰들이 그동안 쫓던 연쇄살인범을 잡았다는 소식을 접하는 느낌에 불과할 뿐일 거다.
설령 귀신을 보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난 억울한 혼령들의 사연을 해소할 능력은 없었다. 그런 임무는 나보다 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고, 설령 그들이 그 임무를 맡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엑스트라인 나에게 사건을 해결할 의무란 게 주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내 설정이 거기까지며 그 설정을 파괴할 힘 따윈 내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여기까지에만 그쳤더라면 나는 내가 소설 속의 엑스트라라는 자각도 하지 못한 채 특이한 일을 어쩌다 겪었다 넘어가는 평범한 엑스트라 중 하나로 살아갔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무슨 도깨비 같은 조화일까?
어느 순간 나는 자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내 불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