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하는 여자
004. 손짓하는 여자
드디어 태풍이 지나갔고 효진의 눈에 하늘의 구름이 저 수평선에서부터 서서히 걷히는 게 보였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위험하다며 물가나 바다 근처에는 나가지 말라는 안전 문자가 여러 번 핸드폰으로 들어왔고, TV의 뉴스에서도 수해가 생겼을 시 대비 방법을 꾸준히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지금은 놀랍게도 공기가 가라앉았고, 아직 바람이 조금 세긴 하지만 바다는 평화를 되찾은 것 같았다.
큰비가 내리는 동안 집안에 틀어박혔던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듯 효진은 별생각 없이 바닷가 근처 도로를 거닐었다.
그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리의 바위 근처서 어떤 여자가 효진을 향해 긴 머리를 너풀거리며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아마 나처럼 답답해서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바닷가에 나온 사람이었을까?
뭔가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손짓에 효진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천천히 여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때 훅- 하고 강한 바람이 불었고 깜짝 놀란 효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바위 사이에서 손을 흔들던 여자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이내 효진은 크게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몇 발자국 떨어진 커다란 바위 사이에는 긴 머리가 해초처럼 늘어진 여자의 시신 하나가 빠져나오기 힘든 형태로 끼어 있었던 것이다.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