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5-

은둔자

by 이사금

005.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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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노성이 들렸다.


‘어휴- 다들 엄청 화가 났나 보네.’


지금 밖에서 나오라는 듯 여럿이 한꺼번에 난리를 치고 있었지만, 민수는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며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단단히 확인했다.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그는 방 안에 놓여있던 의자와 책상, 각종 잡동사니를 끌고 문 앞을 틀어막았다.


밖에 나갈 생각도 없지만, 자신은 은둔형 외톨이 같은 게 아니다.


민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에서 떨어져 베란다로 다가갔고, 아래층을 내려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집 밖에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꼭 영화 속에 나오는 산 사람을 뜯어먹는 좀비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광폭해진 존재들처럼 거리의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멀쩡한 사람들에게 덤벼들었고 그들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겨우 그들을 피해 집으로 돌아온 민수는 자신의 가족들도 이미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재빠르게 방으로 도망쳤다.


어딘가에서 무사한 사람들이 자신을 구조하러 오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기약 없는 희망을 걸면서 민수는 며칠째 방안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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