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6-

방문자

by 이사금

006. 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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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씨, 고집 부리지 말고 이제 그만 나오세요.”


밖에서 정중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주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이윽고 진중한 음성이 세 번째로 주희의 이름을 불렀고, 이에 그는 더 이상 자신이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곧이어 주희가 방 밖으로 쭈뼛거리며 나가자 현관 부근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 셋이 서서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셋 중 가장 나이가 가장 많고 책임이 커 보이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김주희 씨, 이러시면 곤란한 게 저희도 이게 일이라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주희는 내심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안방에서 한숨 소리와 함께 엄마가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주희의 눈에 보였고 주희는 가슴 부근이 울리듯 아픈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걸 깨달은 주희는 엄마에게 속으로 작별을 고한 채 조용히 저승사자들을 따라 현관문을 나섰다.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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