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는 놈
008. 짜증 나는 놈
나는 그놈이 진심으로 짜증 나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무책임한 데다 의지는 얄팍하고 남 탓하기만 좋아하는 성격에 능력은 없으면서 그 주제에 대접은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남들에게 사랑받기보단 미움을 받는 게 더 어울릴 놈이다.
아니, 미움도 가당치 않고 미움받기에도 한참 모자라지.
보통 미움받는 놈들은 미움받을 짓이라도 할 배짱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렇게까지 생각에 다다른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계속 있어봤자 자신도 괴롭고 주변인들도 괴로울 뿐이니, 더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고 이제 지긋지긋한 삶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의외로 놈도 동의하는 것 같았던 게 그동안 겁이 많아 행동을 못 했을 뿐이었나 보다.
이윽고 나는 놈의 방문 손잡이에 줄을 묶은 뒤 그것을 문 위쪽으로 걸치게 한 후 놈의 목에 둘렀고 놈은 고분고분하게 응했다.
그렇게 나는 줄에서 손을 놓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이제 못난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 테니 모두 잘 있어요.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