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장난
010. 도깨비 장난
지나가면서 들은 말이지만, 동네 할머니들 말로는 옛적부터 이 근방에선 어린 도깨비가 장난을 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건 할머니들이 으레 하는 옛날이야기 같지만, 꽤 설득력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마치 어린애가 어른을 놀리려고 한 것처럼 대수롭지 않으나 신경을 거스르는 소동이 종종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오늘도 나는 내가 겪은 일이 도깨비의 장난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사소하지만 제때 필요한 물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일을 이르는 거다.
고무줄, 머리핀, 안경 등 잠시 놔두었던 작은 물건이 분명 사라졌다가 십여 분이 지난 뒤에 나타나는 일이 잦았고, 오늘따라 입술이 말라 바르려고 했던 립밤도 방금 사라졌다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립밤이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굴러간 것도, 내가 엉뚱한 곳에 놓고 잊어버린 것도 결코 아니며 이런 소동이 집에서만 생기는 걸 보면 내가 어떤 착란을 일으킨 것도 아닐 것이다.
분명 화장대 위에 놓였던 립밤이 십여 분 전만 하더라도 없었다가 지금은 또 멀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물건을 알 수 없는 뭔가가 가리는 바람에 순간 없어졌다고 여긴 것만 같았다.
마치 도깨비 장난처럼.
아까 꺄륵거리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잠깐이나마 들었던 건 내 착각이 아니었나 보다.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