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12-

도플갱어

by 이사금

012. 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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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저편으로 해가 떨어진 지 몇 시간이 지났고 이제 땅거미가 지상에 가득 내려앉았을 무렵, 막 집으로 향하던 은영은 아파트 입구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분명 은영과 같은 교복을 입고, 매고 있던 가방마저 똑같은 여자아이가 그를 빤히 보더니 먼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얼굴은 어두워서 미처 보지 못했지만, 그 머리 모양마저 은영과 너무 똑같았고 그는 순간 기묘하게 섬뜩한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득 인터넷으로 본 적 있던 도플갱어 괴담을 떠올린 은영은 겁에 질린 나머지 집으로 들어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아파트의 놀이터에 서서 어쩔 줄 몰랐다.


분명히 집에는 엄마가 와 있을 것이고, 먼저 들어간 그것이 엄마랑 마주친다면?


지금 집의 베란다에선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은영은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리를 뒤덮는 것 같았다.


얼마 안 있어 은영은 베란다에 엄마의 모습이 어른거리자 어떻게든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며 그 자리에서 손을 휘젓고 펄쩍펄쩍 뛰었다.


‘엄마, 당장 집에서 나와!’


곧 엄마와 은영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그저 그에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이에 어떻게든 엄마가 나오길 바라던 은영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어떻게든 통제하며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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