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많은 축생과의 사투 (1)
#011. 공포환상기담 : 다리 많은 축생과의 사투 (1)
“씨X-!”
그가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건 두려움과 충격, 그리고 분노가 섞인 복잡한 비명이었다.
- 이 망할 놈이 대체 어디로 숨었지?!
그는 씩씩거리며 방안에 어질러진 옷들을 들어 엎었다. 곱게 갠 이불도 도로 펴서 구석구석 살펴야만 했다.
혹여나 가방에 들어간 게 아닐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방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자신의 가방을 탈탈 털었다. 그러자 머리빗, 지갑, 핸드로션… 가지가지 잔잔한 물건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 이놈 나오기만 해 봐라!
그는 분을 참을 수 없는 기색으로 손에 잡힌 신문지를 돌돌 말았다. 그가 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보는 것이었고 평소에 어머니가 잡다한 곳에 쓰기 위해 예를 들자면 김장 김치를 할 때 바닥에 핀다거나 하는 용도로 모아놓은, 날짜가 한참 지난 종이 쓰레기였다. 거실 한구석에 모아놓은 그것을 그는 일단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단단한 느낌이 날 때까지 둘둘 말았다.
- 이걸로 놈이 나오는 순간 놈을 때려눕혀야지.
그럼 놈은 고통스러운 나머지 배를 뒤집고 온몸을 꿈틀댈 것이다. 보통 짐승은 자기가 질 것 같으면 배를 드러낸다고 하던데 저렇게 다리 많은 벌레 종류도 그러한 건가 그는 조금 궁금해졌다.
어쨌든 놈이 배를 뒤집은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쳤지만, 도리어 그것이 그의 살의를 불태웠다.
그는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까 놈에게 물린 왼쪽 검지 손가락이 부은 듯 띵띵 아파 오는 걸 느꼈다.
- 이 썩을 놈…!
그로선 그놈이 정확하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벽장에 내내 숨어 있었던가? 구석에 벗어놓은 옷가지를 빨래통에 갖다 놓기 위해 손가락으로 든 순간 뭔가 잔가시 같은 것이 손에 닿는 느낌과 더불어 톡 하고 바늘 같은 것으로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악!”
그리고 동시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놈이 널린 옷가지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척 봐도 사람의 손만한 녀석이다. 이에 그는 펄쩍 뛰었다. 하지만 공포심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아악-! 저 씨X놈!!”
저놈 저거 잡아야 한다. 지금 안 잡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저 흉악하고 다리 많은 축생(畜生)은 사람이 별 공격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사람을 공격한다. 그 알량하기 짝이 없는 독침으로.
크기가 커 봤자 사람에겐 감히 미치지 못하는 하찮은 놈이 감히 인간을 공격했다.
그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연고를 발라도 통증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당장 물린 순간에는 피가 철철 났다가 지금은 멎어 찔린 부위에 붉게 응어리가 진 상태였다.
- 이 독한 놈, 독한 새끼.
지금 조져 놓지 않으면 분명 다른 가족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방에는 놈이 없는 거 같았다. 그럼 부엌에…? 혹시 안방으로 도망쳤나? 그는 초조해졌다.
그때 그의 눈에 자신의 방문이 덩그러니 열린 게 보였다. 그렇다. 분명 놈은 내가 당황하여 파리채를 찾는 동안 방 밖으로 달아난 게 틀림없다. 기어 다니는 주제에 엄청 재빠른 놈이다. 다리만 많을 뿐 지능은 없을 것 같은 축생이 생존 본능 하나만은 탁월한 것 같았다.
- 차라리 바퀴벌레가 낫지.
물론 바퀴벌레는 추잡하고 징그럽다. 하지만 사람을 물어뜯는 짓은 안 한다. 그리고 때려잡는 것도 놈들보다 수월했다.
문득 그는 예전 뉴스에서 호텔에서 출현하여 결혼식을 올리는 가족의 귀를 물어뜯었다는 놈의 동족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란 말인가. 그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저놈의 동족에게 잔인하고 합당한 복수를 해 주었길 바랐다.
하여간 방을 뒤져보았으나 놈은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방에는 없는 것 같았다.
- 일단 전략을 짜자.
그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 어지러운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그리고 놈이 다시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창문이란 창문은 꼭꼭 닫은 뒤 방 구석구석에 에X킬라를 뿌렸다. 모기 잡는 약이 놈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그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 제발 여기에는 없어야 할 텐데….
안방과 자신의 방은 거리가 있으니 놈이 여기까지 도망쳤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는 에X킬라를 안방 곳곳에 뿌려댔다. 그리고 살포시 안방 문을 닫았다. 설령 여기 들어왔다면 놈은 약의 기운 때문에 반드시 모습을 보이리라. 일단 다른 곳을 살펴본 뒤 여기를 확인할 생각을 했다.
이제 부엌과 거실이다. 거실은 생각보다 휑뎅그렁한 것이, 놈이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적어 보였다. 약을 뿌린다 해도 넓게 분산되어 효과가 없을 거 같았다. 그는 방구석에 치워놓은 잣대를 발견했고 그것으로 텔레비전 아래 수납장과 소파 아래를 훑었다. 그렇지만 먼지만 긁혀 나올 뿐 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남은 건 부엌인데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부엌은 다른 곳보다 자잘한 물건이 많고 선반도 많아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식탁 위엔 가족이 먹다 남긴 반찬이 든 반찬통과 사 온 지 얼마 안 된 과일 몇 가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저것들 위에 약을 뿌리기는 찝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