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17-

저주

by 이사금

017.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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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그저 사소한 앙심을 담아, 일종의 화풀이로 인형을 송곳으로 찔렀다.


진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원한보단 그저 거슬리는 녀석에 대한 하찮은 원망이 다였고, 싫은 녀석을 떠올리며 인형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불도 켜지 않은 으슥한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인형을 찌르는 민규의 모습은 음침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 있었다.


“윽-!”


그렇게 민규가 방에 틀어박혀 애꿎은 인형에게 화풀이하고 있을 무렵 길을 걸어가던 성준은 갑자기 가슴 부근에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성준이 처음 느껴보는 그 통증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고, 가슴 부근을 감싸고 문지르던 그는 얼마 안 가 착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픔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걸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인 민규가 사소한 이유로 자신을 미워하여 자신을 닮은 인형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민규 또한 자신이 저주 비슷한 짓을 되풀이한 후 성준이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는 사실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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