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018. 갑자기
방에 있던 수민은 TV를 켠 순간 뒤에서 오싹한 기분이 몰려드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갑자기 뒤에서 여자가 나타났어.’
가끔 수민은 이 원룸에서 다른 존재가 느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난 여자가 방 청소를 하듯 몸을 숙이고 꾸물거리는 모습을 곁눈으로 목격하고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모르는 척, 여자가 사라지길 바라며 TV 화면을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수민은 미처 몰랐다.
수민이 그렇게 두려움에 질려 TV를 보는 척하는 동안 민영 또한 정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민영은 새 원룸으로 이사 오고 난 뒤 방 안에 자신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느꼈지만, 그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든 게 낯설어서 그런 거라고 여기고 넘어갔었다.
그러나 오늘 저절로 켜진 TV와 그 앞에 나타난 낯선 그림자를 본 순간 자신의 감이 맞았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았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 그림자 때문에 공포에 질린 민영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무것도 못 본 척 청소기의 전원을 켠 채 반대쪽 방구석을 미는 행동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