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날
019. 안개 낀 날
마치 눈이라도 깔린 것처럼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밤이었다.
가까이서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긴 했지만, 사방에 깔린 부연 안개는 평소와는 달랐던지라 밤길을 걸어가던 유진은 미묘한 기분에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 같았다.
거기다 아까부터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에 유진은 오싹함을 숨기지 못하며 발을 재촉했다.
선뜻 뒤를 돌아볼 생각은 못 하면서도 주변에 귀를 기울이던 유진은 분명 인기척은커녕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바로 옆의 도로를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안개 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으스스해진 유진은 힐끗 곁눈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뒤에서 팔을 기다랗게 뻗은 하얀 사람이 휘청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이에 유진은 크게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하긴 했지만, 분명 아까의 그것은 자신의 착각일 거라고 억지로 되뇌며 어금니를 물고 뒤를 휙 돌아보았다.
다행히 뒤편에는 부연 안개가 가득 깔린 길이 펼쳐져 있을 뿐 사람과 비슷한 형상은 보이지도 않았고, 이에 유진은 역시 착각이었다며 안도하였다.
하지만 유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까 유진이 뒤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그를 따라오던 하얀 그것도 순식간에 움직이며 지금은 그의 뒤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