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20-

고요한 정류장

by 이사금

020. 고요한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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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아르바이트는 항상 피곤하다.


재영에겐 늘 같은 일이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더 피곤하다고 느낀 그는 이번엔 집까지 걸어가지 말고 택시라도 부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택시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다 곧 어떤 여자가 벤치 끝에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내심 놀라고 말았다.


‘새벽 3시인데 여자가 이런 데 혼자 있네.’


버스 정류장이 좀 외딴 장소에 있기는 하지만 재영처럼 심야 근무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었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도 시간이고 장소가 장소라서 그런 건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고 벤치 끝에 앉아 있는 여자는 거기를 떠날 생각이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재영이 어플을 응시하는 동안 시간은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갔고, 그 고요함이 왠지 기이하게 느껴진 재영은 차라리 술에 취한 사람이라도 지나가길 바랐다.


재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벤치 끝에 앉아 있는 여자는 일말의 움직임도 없었고 왠지 호기심이 생긴 재영은 여자를 흘깃 바라봤다가 이내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으아아악!”


그리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벤치에 앉아 있던 머리 없는 여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반대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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