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32-

창문 밖에 있는 것

by 이사금

32. 창문 밖에 있는 것

컴컴한 밤, 밖에서 천둥이 우르르 울리는 소리가 혜진의 귀에 들렸고 혜진은 얼마 안 가 비가 쏟아질 거라는 걸 알았다.


날씨 탓인지 창문이 닫힌 방안은 습기가 가득 차서 묘하게 공기가 질척거렸고 침대에 누워있던 혜진은 오늘따라 이상하게 덥다며 잠을 설치고 있었던 상황이다.


천둥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려 왔고 혜진의 예상대로 폭포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툭툭 때리는 빗소리에 혜진은 희미한 시선으로 창가 쪽을 바라보면서 날이 더워도 창문은 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혜진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빗방울이 창문에 떨어지는 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 사층에 존재하는 혜진의 창문 밖에는 산발한 머리를 한 어떤 사람, 그러나 결코 사람은 아닌 듯한 그림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양손이 창문을 열라는 것처럼 유리를 소리가 나게 두드리고 있던 것이다.


피처럼 선명한 그 그림자의 붉은 눈은 마치 안에 있는 혜진을 잡아먹기라도 할 양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고 혜진은 그 눈과 마주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굳는 걸 알았다.


만약 덥다는 이유로 창문을 열었다면 틀림없이 저 그림자는 혜진의 방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차라리 비가 와서 문을 열지 못하는 게 다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혜진은 공포에 질린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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