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괴담 (1)
#017. 인형괴담 (1)
이야기를 하나 끝마쳤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자는 여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여래는 남자가 무슨 생각인지 빨리 파악했다.
-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
이야기를 떠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던 여래는 낮에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얼핏 본 노점을 떠올렸다.
그건 싸구려 인형들을 판매하는 무허가 노점이었고, 그걸 떠올린 순간 놀랍게도 여래는 새로운 이야기가 솟아나는 걸 느꼈다.
***
1.
노인은 마을 공원 옆 횡단보도 근처에서 인형을 팔았다.
그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보호자가 볼 수 있게 수레 앞에 인형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 인형들은 틀림없이 깨끗한 신품이었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쌌다.
거기다 생김새들은 어딘가 조악했다.
마치 인형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폐기한 불량품을 싼값에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가끔 인형에 흥미를 느낀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여자가 그 앞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형을 잠깐 살펴보다가 그 조악한 생김새에 실망을 한 것 같았다. 직접 돈을 주고 인형을 사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인형을 팔러 나온 노인을 동정한 나머지 싼 인형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 가는 사람도 없진 않았다.
“엄마, 나 인형! 인형 사줘!”
혹은 조악한 인형이라도 인형은 맞는지라 시선이 끌린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자기 부모를 졸라 인형을 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인형들은 집에 가져가 봤자 금방 질릴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결국 푼돈에 가까운 가격이니까 하는 심정으로 애를 달래려고 인형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노인의 인형은 어떻게든 팔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노인은 공원 앞에서 인형을 팔았다. 자주 그 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그런 노인의 모습에 익숙해졌을 무렵 갑자기 안개처럼 노인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처럼 없었던 것처럼 노인의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미묘했던 일은 공원을 찾아가던 사람들은 여러 번 노인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이제는 노인의 모습이 잘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래 사람들이 노점상에 그렇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통 자주 보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인상이 남는 편이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대강 노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하게 떠올릴 법도 하건마는 사람들은 노인이 인형을 팔았었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노인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그가 어떤 옷을 입고 나왔는지, 끌고 나왔던 게 수레였는지 아니면 트럭이었는지 심지어 노인이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기억을 하지 못했다.
공원이 마을에서 오래 유지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노인의 등장이 지나치게 짧아서였을까? 그렇게 노인의 존재는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 버렸다. 그 노인에게서 인형을 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저기요, 여기서 인형 팔던 할아버지 못 보셨어요?”
가끔 노인에게서 인형을 샀던 사람들이 인형을 들고 노인을 다시 찾는 경우가 있었다. 공원을 찾아오는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이 인형을 팔았다는 사실도 잊어버렸기에 지나가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던지는 질문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인형을 팔긴 팔았던 것 같았다고 그제야 희미하게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적어도 인형을 샀던 사람들은 노인의 모습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에게서 인형을 샀던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산 인형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뭐가 이상한 건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은 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노인이 판 인형이 자신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형과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들 중 일부가 견디다 못해 노인을 만나 연유라도 따져보려 했을 때 이미 노인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돈은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인형을 도로 가져가 달라고 청하러 온 몇 명의 고객들은 노인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매우 허탈해했다.
그리고 그들은 노인이 사라진 곳에서 손에 들린 이 인형을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했다. 인형을 사간 주민들 대부분은 노인을 찾아 교환을 요구하기보단 그저 종량제 봉투에 꽁꽁 묶어서 타는 쓰레기로 인형을 배출하는 걸 선택했다.
조금 양심 없는 행위이긴 했지만, 누군가는 공원 벤치에 아무나 주워가라고 인형을 몰래 놓고 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형은 틀림없이 사라졌다. 도대체 그 인형을 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또 누가 그 인형을 가져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노인에게서 산 인형들이 그 주인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것만큼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