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괴담 (4)
#020. 인형괴담 (4)
사물함에서 난리법석을 떨던 아이들 무리가 학교가 끝난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저 멀리서 노을이 지고 있어 시야가 가물가물한 느낌을 주는 시간이었다.
“안녕!”
“안녕 내일 보자.”
아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길 한가운데서 헤어졌다.
아이의 생기 넘치는 긴 머리카락이 사뿐 움직이면서 허공에 휘날리고 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유달리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걸어가는 소녀는 좀 전 사물함에서 인형을 발견한 아이다.
아까 헤어진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기에 아이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을 했다. 그러는 바람에 지금 자기 뒤에 누군가가 바싹 따라붙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답장을 한 아이가 핸드폰을 집어넣으려 할 때였다. 그제야 아이는 누군가가 자기 뒤에 달라붙은 것을 알았다. 아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이윽고 골목 한편에서 여자아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근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던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혹시 사고가 난 걸까 놀란 사람들이 물건도 제쳐두고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 근처에는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주저앉은 채 훌쩍거리고 있었다.
혹시 변태라도 만난 걸까?
아이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사람들이 놀란 기색으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거기 학생 무슨 일 있어?”
하지만 아이는 울고 있을 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저 ‘내 머리, 내 머리’라고 하면서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 도대체 머리가 어떻다는 거지?
근방의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아까부터 아이는 주저앉은 상태로 짧은 자기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리고 있다.
머리가 어쩌고 하면서 울고 있긴 하지만 머리를 다친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아이의 머리가 듬성듬성 성의 없이 잘린 단발인 건 좀 이상한 모양새이기는 했다.
4.
“언니! 나 왔어요!!”
벨이 울리는 소리에 미선은 급하게 나갔다. 후배인 수하의 목소리였다.
“어머~! 수하구나!!”
문을 열자 손에 뭔가를 잔뜩 든 수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하가 인사를 하며 손에 든 것들을 미선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늦었지만 집들이 선물.”
“뭐 이런 걸 다 사 준비했어.”
수하를 안쪽으로 들여보낸 미선은 그가 건네준 것들을 받으면서 거실 안쪽을 살펴봤다. 아까 블록을 쌓던 준영이 이제는 블록을 치우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러다가 베란다 밖으로 나갈 것 같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이런다니까. 미선이 준영을 불렀다.
“준영아! 이리 와! 이모한테 인사해야지.”
응- 하는 소리를 내며 준영이 고개를 돌렸다.
엄마인 미선이 부르는 대로 걸어왔지만 어딘가 수하가 낯선 눈치라 미적거리며 미선의 뒤로 숨으려고만 하였다. 지금보다 더 아기였던 시절에 수하를 봤기 때문에 아마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준영이 너도 많이 컸네! 자 여기 이모 선물!”
“어머! 얘 그거 비싼 거 아니니?”
수하가 아기 준영에게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안겨주었다. 테디 베어를 따라 한 것 같은 생김새였지만 실은 그것은 수하가 오면서 산 가장 싼 물건이었다.
수하는 지나가면서 공원 부근의 한 노점에서 인형을 파는 걸 보았다. 아기 선물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수하가 거기서 커다란 인형을 고른 것이다. 노점에서 사 온 싸구려였지만 아이는 인형이 맘에 든 듯 곰돌이를 폭 끌어안고 까르르 웃었다.
그렇게 후배인 수하가 미선의 집에 방문한 지 며칠이 지난날 밤이었다.
타다닥-
까르르-!
노트북을 켰던 미선의 남편 혁우는 아기방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지금 웃으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시간이면 아이는 자고도 남을 시간이라 깨어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건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이 한 명의 목소리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혁우는 이건 자기 혼자 확인할 일이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판단했다.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 먼저 자고있는 미선을 깨웠다. 아까부터 애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남편의 말에 미선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아이 방으로 향했다.
남편 혁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방에서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소리가 난다. 이 한밤중에 방에 준영이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혹시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착각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옆집의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다.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는 딱 준영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내는 소리였다.
이상하단 생각을 하면서 혁우와 미선은 아이의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방안에는 아이가 자지도 않은 채 곰돌이를 끌어안고 헤실헤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아까 혁우와 미선이 들은 소리는 착각이었던 걸까?
뭔가 께름칙한 느낌을 받으며 혁우와 미선은 아이를 곰돌이에게서 떼어내고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아이가 칭얼거렸으나 이내 졸린 지 금방 잠들었고 곰돌이는 아이의 침대 옆에 놔두고 미선과 혁우는 아이의 방문을 닫았다. 침대 옆에 놓인 곰돌이의 눈이 마치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 같아 어딘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한 일은 남편인 혁우가 출근하고 미선이 아이와 있을 때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