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기관리]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에 대한 위기관리 의견

무엇보다 '차별화'가 큰 이유입니다.

2024년 04월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각종 평가와 의견들이 지금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형식이나 내용도 상당히 이례적이었지만 일부 대중들의 반응 또한 예상 밖 반응들이 제법 존재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측면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차별화'가 큰 이유입니다. 차별화는 '기성화'가 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대표적인 전문 분야이자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 '차별화'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차별화는 전략적 차별화가 있고 비전략적 차별화가 있는데 이번 기자회견 과정을 보면 거친 언사와 행동을 할 때 동석했던 변호사들의 난감한 표정과 만류하는 태도가 있었기에 전략적 차별화라 보기는 힘들겠습니다. (물론 그것까지 의도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치밀하게 준비되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비전략적 차별화는 말 그대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차별화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우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은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게 된 정체성, 아이덴티티가 일반적이지 않을 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통제되지 않을 때 의도하지 않은 차별화가 발생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작동되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민희진이라는 개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차별화를 이해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되었습니다.


창작자, 프로듀서로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익숙한 사람이지만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았던 사람이라 2021년 12월 tvN 유퀴즈온더블럭 출연분, 1년 뒤 2022년 12월 tvN 유퀴즈 유퀴즈온더블럭 뉴진스편, 그리고 2022년 3월 «비애티튜드»에 게재된 민희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보았다면 이번 기자회견의 형식과 거친 언사를 제외한 메시지와 내용들은 대부분 민희진 아이덴티티와 그 원칙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큰 이질감 없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22년 3월 «비애티튜드»에 게재된 민희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은 작년에 제가 쓴 글이 있으니 한 번 참고해 보셔요.


민희진 대표의 거친 언사와 돌발적인 행동에 민희진 대표의 진정성이 보였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이 보이기 위해선 아래 여섯 가지 중 하나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평소 혹은 이 세상에서 없던 것과 다른 것

힘들고 어려운 것

관행이 아닌 생각 하지 못했던 것

당사자 및 대중의 요구, 기준보다 높은 것

자신이 희생하고 손해 보는 것

그리고 일정 시간 이상 일관된 것


이번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중 거친 언사와 돌발적인 행동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차별화 즉 '평소 혹은 이 세상에서 없던 것과 다른'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을 보았고, 기존 경영진을 무능하게 표현하며 일에 열정적임이 표현된 메시지와 격정적 모습을 보며 '관행이 아닌 생각 하지 못했던 것'으로 인식되어 일부 대중이 진정성이 있다 판단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거친 언사와 돌발 행동들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솔직히 '낯선 것'에 가깝습니다. 완전히 실시간으로 공개된 대중 매체를 통해 날 것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모습 자체가 매우 낯선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트라우마 반응과 유사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2023년 말, 연예계 마약 이슈로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그 중심인물 중 한 명이었던 지드래곤이 2023년 11월 0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받기 위해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했던 장면 때문입니다.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그는 단정했지만 패션에 신경을 쓰고 당당했지만 불안한 자세와 표정, 태도를 보였으며 단호했지만 그 자리에서 불필요하다 싶은 말들을 뱉어냈습니다. 수십 년 이어진 유명인들의 경찰, 검찰 출두 시 가이드라인을 모두 깨뜨린 언행이었고 이때 기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반응은 부정적일 것이란 예측과 달리 지금의 민희진 대표에 대한 반응과 유사했었습니다. 사필귀정이란 말을 남긴 것처럼 기본적으로 무죄인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지드래곤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지드래곤이었기에 가능했던 경찰 출두 장면이었다는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위기관리가 일반적인 기업 위기관리와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팬덤이라는 특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며 노이즈가 때론 긍정적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은 기존의 틀을 깨는 기자회견의 거친 언사와 돌발행동이 하나의 성공 사례처럼 인식되어 여타 엔터테인먼트 이슈나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용인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을 하기 된 이유는 민희진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격정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미친x으로 낙인찍힌 최악의 상태로 현재 상황을 규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여론을 우리 쪽으로 움직이기 위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 전략을 쓰며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할 수밖에 없는 상황 판단에 기인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차별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진정성의 전달은 기본적으로 남이 안 했던 방식이어야 하는데 이번 민희진 대표의 거친 언행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는 이미 민희진 대표를 통해 민희진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인 '기성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밈(meme)이 되었고 곧 각종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소재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이후 기자회견이나 미디어를 통한 날 것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곧 민희진 대표를 연상하게 될 것이고 진정성보단 식상함에 더 부정적 인식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강조했지만 이번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본적으로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민희진 대표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형 위기 사례가 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제언하고 조언했을 것이냐 묻는 분들이 있어 말씀을 드리면 이번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 회견 당시 거친 언사는 위에서 말씀드린 저에겐 매우 '낯선 것'인데 그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안 하는 일종의 룰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룰도 깰 수 있고 그 룰이 진리는 아니지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커뮤니케이션 중 일부 거친 언행과 돌발 행동은 '통제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과감한 스턴트를 할 수 있고 본적 없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하이리스크를 감수하고 하이리턴을 꿈 꿀때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왜 원칙을 강조하냐면 그 원칙이 수많은 경험과 수많은 사례에서 고증된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명인과 연예인들의 위기관리 현장에서 당사자분들께 꼭 당부드리는 말씀은 "강한 멘탈을 가지고 흔들리시면 안된다. 가능한 정상적인 활동을 하시라" 입니다. 이 말씀의 맥락은 언론, 대중과 대립 구도를 만들어 이기는 당당함과 패기, 떳떳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겸손함과 품격'을 기반으로 구구절절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의 상황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음을 언론과 대중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숨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 정상적 행동'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개인적으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습니다. "돈은 성공하면 따라오는 것이지만 개인의 성공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위기관리 방식을 연구하고 실행해 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관리] 논쟁을 가중시키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