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
컨퍼런스 강의 전 자기 소개를 하는 강연자에게 이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SNS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때도 서두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과거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누가봐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훌륭한 이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본인은 완강하게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1. 겸손
아마 가장 큰 이유일겁니다. 나는 아직 전문가가 아닌 것 같다라는 겸손의 의미 입니다.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하는 이른바 '삼척동자'를 배척하는 우리 문화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2. 반어법
"아니에요! 당신은 진짜 전문가에요"라는 반응을 내심 바라는 치기 어린 반어법입니다. 내 입으로 자칭 전문가라 고백하기에 쑥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3. 사짜(faker)
모든 업계에는 전문가는 아닌데 전문가라 일컫는 일명 '사짜'들이 존재합니다. 그들과 비견되기 싫은 측면이 있습니다. 진짜가 나와야 가짜가 사라지는데 같은 그릇에 담기기 싫습니다.
4. 책임과 무게
전문가로 지칭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책임과 무게가 두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젠 내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진짜 전문가들이 대접 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개론에만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공유되어 모든 업계가 지속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전문가의 명성에 상응하는 책임과 무게를 당당히 이겨내며 존경받고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더 많이 수면 위로 등장해 분별되길 희망합니다. 이제 회피 말고 자신있게 전문가라고 말합시다.
"저는 전문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