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뜻이라도 단어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대중들의 인식과 반응은 다릅니다
"아줌마~~ 아줌마라니! 아줌마NO! 요양보호사!~ # 국가 자격 취득 전문가! 돌봄 필요해? (싹 다 케어해) 식사, 약 챙겨드려고 병원도 같이 가는 YO! 마스터 요양보호사~"
작년 말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아줌마라 부르지 말아 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자격 취득 전문가'라는 핵심 메시지를 아주 잘 전달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더불어 단순히 아줌마 아가씨 등 인칭대명사로 대변되는 직업 호칭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월 22일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아줌마'라는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어쩔 땐 긍정적인 이미지로도 사용이 됩니다.
기혼 여성에게 사용될 땐 실례가 되고 전문직 여성에게 사용되면 폄하하는 느낌으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헌신하거나 평범한 서민, 평범한 어머니로 낮춰 불리길 원할 때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용됩니다. 여성 정치인이나 여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중과 같은 포지션에 서면서 평범함과 겸손함을 강조할 때 직접 아줌마임을 강조할 때도 있습니다.
아마 이번 안철수 대표의 아줌마 논란은 폄하의 의미로 전달되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겁니다. 이 논란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저는 집 없는 아저씨"라고 가볍게 대응했지만 오히려 상황 인식이 다소 아쉬운 답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월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수염으로 인한 응급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조선일보를 통해 단독 보도됩니다. 이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병명을 '충수염'으로 보도합니다.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충수염'이란 병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맹장염'을 말합니다. 사실 맹장염이 잘못된 명칭이고 충수염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충수염 응급 수술 소식이 전해진 이후 충수염이란 단어가 생경했던 많은 사람들은 맹장염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또 다른 위중하고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충수염이라는 병이 위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단어를 사용하면서 실제 보도 초반에 대중들이 느끼는 생각과 반응은 제법 달랐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부정 이슈를 만들거나 긍정 이슈를 생성시킬 때 중요한 것이 전략과 프레임이고 그다음 중요한 것이 우리가 만든 프레임에 담을 핵심메세지입니다. 그 핵심메시지에 사용될 단어 하나하나를 선정할 때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정의와 다른 정의로 바꿀 수 있는 단어를 세심하게 선정합니다.
단어 하나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