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안철수, 유승민은 왜 실패했나?

‘대통령 선거 전략’의 관점에서만 정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안철수, 유승민은 왜 실패했나? ‘대통령 선거 전략’의 관점에서만 정리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네거티브 전략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 대부분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고 하면 정치 선거 운동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 평가 절하 받지만 이번 안철수는 애초부터 네거티브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진짜, 정말 하고 싶었다면 상대의 숨통을 단박에 끊어버리는 진짜 한 방을 철저히 준비하던지.

처음부터 '반네거티브'를 선언하고 본인에 대한 공격은 지금처럼 해명하면서 반네거티브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유지했다면, 그리고 마지막 유세활동으로 과거 박원순 행보를 차용한 이른바 뚜벅이 유세전략을 초기부터 핵심 전략으로 활용했다면 지금까지 모호했던 ‘안철수식 새정치’가 만들어질 뻔했다. 왜 그리 급했나? "난 솔직 했는데 너는 왜 솔직하지 못하니? 나와 같이 검증받자"는 식의 직접적인 비교를 했어야 했나? 일관된 반네거티브를 유지했다면 대중들이 움직이고 적나라하게 비교해 줄 텐데.

선거 마케팅 차원에서 ‘차별화’ 전략은 완벽히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차별화’만’ 성공했다. 안철수와 연관성이 부족했고 브랜딩과 연계되지 못했다. 차별화됐지만 그 의미에 대해선 구구절절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 내부에서 'Be Different'를 외쳤지만 외부에선 네거티브가 횡횡했다. 차별화를 통해 1등에게 유리한 판과 룰을 변경하고 교란해야 하는데 오히려 네거티브로 일관되게 상대를 공격하면서 1등이 만든 그 판을 계속 인정해 주고 그 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토론의 준비가 미흡했고 대선 토론의 영향력을 간과했다. 그리고 단설유치원 이슈의 파급력에 대한 파악이 늦었고 따라서 대응이 부족했다. 그 결과 대선 과정에서 토론으로 실패한 첫 대통령 후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 2월 23일 JTBC 썰전 방송에 등장한 안철수는 대성공이었다. 녹화방송이었지만 안철수의 미래지향적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으며 준비된 정책을 가진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모습을 완벽히 보여줬다. 여유있는 자세는 물론이고 위트 또한 세련되었다. 정말 맞짱 토론을 요구한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고 과거 안철수 현상을 되살릴 것 같았다. 이후 반향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까지였다. 그 이후 토론과정에서 다시는 썰전 방송의 안철수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썰전 방송이 자만으로 이어지는 독이 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다.

문재인 전략의 아킬레스건과 이길 방법은 안희정이 알고 있었다. 당시 적폐 청산만을 강조한 문재인과 대비해 갈길 잃은 보수와 중도를 포용하는 안희정의 신념과 전략은 강력했고 판세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민주당 경선이후 안철수는 유사 포지션으로 반짝 반등이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는 안철수는 안희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희정의 오랜 신념과 안철수의 길지 않았던 생각의 차이라고 본다. 몸은 비슷했으나 가슴이 달랐다.

민주당과 비교해 보면 안철수는 상대적으로 내부 콘트롤을 거의 못했다고 보여진다. 당내 일부 중진들이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전략적 일관성이 없었고 원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 고수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아님 거부했거나) 특히 SBS 세월호 보도에 대한 내부 그룹들의 반응을 보면 거의 전략 없이 과거 선거의 경험과 본능대로만 움직였다고 보여진다. 완전한 패착이다. 이 과정들만 보면 주변인물들이 돕지 못하고 선거를 망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그들이 보이지 않았던 뚜벅이 유세가 그나마 성공적이었던 것이 그 방증이다.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던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안철수 후보. 승리하고 싶은 의지는 충만했지만 승리를 위해 준비하고자 하는 의지는 미흡했다고 본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개혁보수가 아닌 '강한 보수' 포지션을 빠르게 선점했어야 했다. 선거에선 오히려 갈 곳 없고 자괴감에 빠진 보수의 프라이드를 살려주면서 보수의 미래와 지향점을 강조해야 했다. 결국 본인의 대다수 지지자 그룹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승민에겐 '개혁보수'가 슬로건이 아니라 트럼프의 슬로건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과 같은 강력한 슬로건이 맞았다.

지금 홍준표 후보가 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키겠다. 대한민국의 기초를 바로 세우겠다라는 이야기(비이성적 이야기 제외)는 오롯이 유승민 후보가 선점했어야 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보수 입장에선 돌발 변수로 인해 시작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와 함께 준비와 스타트가 늦었다고 하지만 사실 홍준표 후보가 더 늦었다.

유승민 후보는 정말 대통령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보수가 몰락한 이 상황에서 처음부터 본인의 모든 것을 걸었어야 했다. 본인이 모셨던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에 동참했지만 그 이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을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새출발 해야 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천막당사 전략보다 더 강력한 행동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빠르게 피해자 포지션에 서야 했다. 홍준표 무리는 지속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최악의 가해자로 분리해야 했다. 지력, 체력, 금력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었어야 했다.

매번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이 왜 지지율과 연결되지 못했는지 답답해했다. 문제는 결국 ‘바른말 선생님’ 포지션이었고 보수가 다 알고 있는 정답만 이야기 했다. 알고 있는데 자꾸 바른말을 하면 부정적이다. 우리나라 중도는 대부분 샤이 보수의 비중이 많다. 안철수가 이 샤이 보수의 일부를 가져갔고 유승민은 정책이 오히려 진보에 가까웠지만 샤이 진보를 움직이지 못했다.

강한 안보와 함께 개혁 보수를 외치지 말고 강한 안보와 강한 경제를 함께 외쳐야 합이 맞았다. 특히 후보들 중 본인이 가장 경제 전문가이면서 크게 부각시키지 못했다.

유승민 후보. 좋은 사람 같다는 인심은 얻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인심을 얻을 것이 아니라 표심을 얻었어야 했고 ‘굳세어라 유승민’이라는 격려를 받는 것 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표를 받아야 했다.

작가의 이전글 기업의 철학, 이념 그리고 민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