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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오버 센스 수렁에서 벗어나자

반응을 하지 말고 대응을 하자

오늘도 사장님께서 아침 출근을 위해 차량에 탑승합니다. 과거에는 차량에서 비치된 조간신문을 보셨지만 지금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먼저 봅니다. 최근에 익숙한 모습니다.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사장님이 본인 이름을 검색해 봅니다. 결과를 보시며 흡족해합니다. 어제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가 잘 나오셨나 봅니다. 바로 회사 이름을 검색해 봅니다. 그리고 회사 제품과 서비스도 검색해 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고객의 불만 글이 하나 노출됩니다. 사장님 미간에 주름이 생깁니다. 


어떤 고객이 제품 서비스에 불만을 표출한 것 같습니다. 불매하겠다는 글에 사장님은 놀라십니다. 담당 임원에게 전화를 합니다. "김 전무님, 우리 OOO로 검색해보니 지식인에 부정 글이 있네요. 이분은 불매하겠다는데 우려가 됩니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전화를 하시지만 마음은 조바심이 납니다. 요즘 MZ 세대가 자기 불만을 표출하는데 능하고 이들에게 걸리면 끝장이라는 기사와 전문가 코멘트를 본 적이 있어 사장님 마음에 위기감이 몰려옵니다.


사장님 전화를 받았던 김 전무님은 박 이사님을 부릅니다. "박 이사님, 사장님 지시사항인데 OOO로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에 부정 글이 있다고 하시니 한 번 확인 부탁합니다" 박 이사님은 마케팅 담당 신 부장을 부릅니다. "신 부장, 포털사이트에 OOO로 검색해보니 제품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고객이 있는데 불매한다고 해서 사장님이 굉장히 화가 나셨어요. 상황 확인하고 대처 방안까지 빨리 보고하세요"


마케팅 담당 신 부장은 해당 제품 BM인 이차장을 부릅니다. "야 이차장, 지금 네이버에 OOO로 검색하면 우리 제품 불매운동한다고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관리하는 거야? 10분내로 확인하고 보고해!" 해당 제품 BM 이차장은 실무자 오 대리를 부릅니다.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하는거야 개나리십자가신발끈수박씨발라" 이내 회사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실제 필드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다. 세상이 디지털 세상이 되고 디지털 미디어가 대세가 되면서 위기 발생의 방식도 달라졌지만 위기의 종류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과거와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위기 요소가 이젠 큰 위기가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Top으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은 캐스케이딩 (cascading)되고 이슈에 대한 감정은 스노우볼처럼 커집니다. 


보통 '위기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럼 '기업의 영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해 요소'라고 먹물 좀 먹은 듯 멋들어지게 이야기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정의는 '사장님이 위기라고 하면 위기'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무릎을 칩니다.


사장님이 위기라고 정의한 것 중 디지털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는 경영진들과 관리자에 의한 오버센스 (over sense)가 위기관리를 망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주요 결정권자들이 상황에 대해 너무 예민하거나 지나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그 네 가지는 ① 디지털 환경, 디지털 미디어를 잘 모르거나 ② 해당 위기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가 낮거나 ③ 지인 및 비전문가들의 조언에 심취해 있거나 ④ 본인이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위기 전개 상황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다양한 라인에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것도 빠르게. 물론 말처럼 쉽지 않고 어렵죠. 그래서 매뉴얼이 필요하고 그래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론 상황 파악과 분석 시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고 추측과 사실 분별해야 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취합과 왜곡된 정보의 취합, 부서 간 정치적 문제로 인한 편향적인 정보가 공유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전문성있는 리더가 취합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한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 미스트(THE MIST)는 오버센스의 끔찍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명확한 근거 없는 선동이 난무하고 귀가 얇은 관리자들이 동조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죠. 실제 위기관리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겟속에서 가중되는 불확실성에 기인한 공포감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귀를 얇게 하고 결정을 그르쳐 큰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위기에 민감하지 못하고 둔감한 것도 문제지만 발생한 위기에 일희일비하고 주위에 휘둘리면서 오버센스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발생한 위기에 매번 '반응'하지 마시고 명확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생각하실 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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