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과 설득을 하지 못하고 정보는 전달한 셈
오늘은 6월 30일 모 신생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이슈가 된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윤석열 X파일' 반박 인터뷰로 불거진 이른바 '쥴리 논란'에 대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VS.
“정녕 전하께서는 칸의 신하가 되시겠습니까?”
남한산성 영화에서 보인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논쟁입니다. 둘 다 굳은 신념을 가지고 왕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쟁은 실제 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 현장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VIP의 합리적인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의견이 대립되기도 하고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논쟁은 바로 "정공법으로 갑시다"와 "전략적 무대응이 좋겠습니다"입니다.
이번 쥴리 논란은 이런 논쟁 과정을 거쳤는지 아니면 하나의 솔루션을 가지고 논쟁 없이 전략을 선택했는지 알수가 없지만 이슈를 회피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돌파하자는 의미로 '정공법'을 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논리로 정공법을 선택했는지 일반적인 위기관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픽션으로 각색해 보았습니다.
A : "이번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는 논란이 된 X파일 이슈를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차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X파일에 대한 해명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을 텐데 선제적으로 해명해서 무력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B :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A : "X파일 이슈 중 국민들이 가장 비상식적이다 인식할 수 있는 사모님 이슈를 먼저 해명해서 전체 내용의 불신을 가속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방식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 입장과 메시지를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저희 입장과 메시지 중심으로 어느 정도 기획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콘트롤 가능한 신생 언론사가 있습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메이저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고 이슈가 이슈이니만큼 많은 언론사들이 그대로 옮겨 보도할 것입니다"
B : 그럼 시점은요?
A : "윤석열 장모 1심 선고가 있는 7월 2일 전이면 좋겠습니다. 대선 출마 선언 또한 이 시점 이전이어야 합니다. 선고 결과가 좋으면 검찰 수사와 X파일 그리고 모든 공격들이 현 정부와 경쟁 후보 측 무리한 수사와 음해라며 일거에 털고 갈수 있으며 만약 선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대선 출마 선언 후 정치적 판결의 피해자 그리고 가족들을 향한 비상식적인 소문으로 치욕적인 명예 훼손을 당한 피해자 포지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B : "기자들이 인터뷰 공개 직후 물어 보면 어떻게 하지요?"
A : "만약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이 해당 인터뷰에 대해 묻는다면 모른다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당사자인 사모님의 말씀에 진정성이 살고 사전 기획되었다는 오해가 없습니다."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나 의도적 리킹(leaking) 통해 이슈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득하고 상황의 반전을 꾀하는 방식은 특별히 새롭지 않으며 다양한 이슈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이슈관리 솔루션입니다. 이번 쥴리 이슈의 정공법 또한 아주 비상식적이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솔루션을 선택할 때 상황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평범한 국민들은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X파일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X파일 내용에 대해선 모르고 있으며 특히 X파일 내용 중 부인 김건희 씨의 쥴리 이슈는 대부분 금시초문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정할 대상이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즉, 목표했던 국민들에게 해명과 설득이 진행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 셈이 되었습니다. 결국 교정할 대상은 사라지고(교정할 대상이 애초에 없었고) 논란만 더 커지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위기관리 전략에서 타이밍을 판단할 때 정확한 현 상황 판단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아쉬운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