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기관리] MBC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 이슈

최근 방송 콘텐츠를 보면 유튜브와 경쟁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MBC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중 부적절한 그래픽 사용 이슈에 대해 아래 두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보통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상황 파악 시 중요한 두 포인트가 있는데 이는 ① 해당 이슈가 '예측 가능'했냐는 것과 ② 해당 이슈가 '콘트롤 가능' 했냐?는 것입니다. 해당 이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일부 국가에 대한 비하 자막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그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는 예측 가능한 이슈입니다. 거의 동일한 이슈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MBC의 방송 콘텐츠 검수 및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고 콘트롤 가능했다고 판단합니다.


2008년 중징계를 받았던 MBC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 화면 일부


그러면 왜 이런 이슈가 다시 발생하고 콘트롤 하지 못했을까요? 그 해답은 MBC가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 이후 발표 발표한 사과문에서 일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MBC 공식 홈페이지 사과문
MBC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영문 사과문을 게시중

1. 올림픽 중계 콘텐츠 기획 문제

MBC가 공개한 사과문을 보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최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기획 의도는 순수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진짜 기획 의도는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실제 '재미있게'라는 기획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두 국가의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의 대표적 소개로 흥미 위주의 부적절한 이미지와 자막이 대거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 일부 실수가 아닙니다.


최근 영상 콘텐츠 소비 트렌드인 재미와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여러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좀 더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입니다. 체르노빌 원전과 드라큘라, 연어와 스시를 단순히 국가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설명하려고 한 시도는 새로운 세대 문화를 이해하는 기획자이거나 그 세대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올림픽 중계 이전에서도 반일 정서에 기반한 SBS 도쿄 올림픽 개막식 예고편이 이슈가 되었고 각종 대형 이벤트 및 선거 보도에서 흥미 위주의 기획으로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컨셉의 콘텐츠를 제작하던 흐름이 이어지다 결국 이번에는 그 선을 훌쩍 넘어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 콘텐츠 검수의 문제

보통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방송국에서는 특별팀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개막식 중계를 준비했던 팀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흥미 위주의 펀(Fun)한 컨셉으로 기획을 하고 보고를 할 때 '해당 콘텐츠들이 이른바 밈(Meem) 문화에 편승해 젊은 세대들 사이에 공유될 것이고 화제가 될 것이다. 그 점이 우리 개막식 중계의 차별화다'라는 의도를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컨셉에 대한 승인을 해야 할 누군가는 그 컨셉에 대해 동의를 했겠죠.


그런데 해당 콘텐츠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너무 가볍고 수준 낮은 콘텐츠였다 생각합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MBC의 심의와 검수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걸러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당연히 걸러져야 합니다. 최초 기획의 컨셉과는 다른 현저히 수준 낮은 결과물이 정상적인 심의와 검수 시스템에서 걸러지지 않았다고 하다면 평소 MBC의 수준이 너무 처참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개 콘텐츠의 검수와 심의가 일반적인 MBC 정식 검수 프로세스가 아닌 특별팀 내, 독립적인 검수 시스템 상에서 검수가 진행되었지만 독립적 검수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했거나 기획 컨셉에 몰입된 나머지 전략적으로 방기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이슈 발생 원인 파악이 오래 걸릴 사안은 아닙니다.


최근 방송 콘텐츠를 보면 유튜브와 경쟁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유튜브에 대중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있고 대중들이 방송사에 요구하는 수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사가 유튜브화되면 오히려 방송사는 사라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back to the basics하셔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정공법으로 일컫는 쥴리 논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