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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후 세 가지 소회

중도층은 후보에게 호감이 있어도 강성 지지자분들이 싫어서 선택하지 않는다

소싯적 브랜드 마케팅 전략 페이퍼를 만들 때마다 이성적 소구 + 감성적 소구 형태의 투 트랙 전략이 유행일 때가 있었습니다. 경험이 쌓여갈수록 사람들이 뭔가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의 대부분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이라는 것을 느낀 이후부터는 감성적 소구 전략에 좀 더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성적 소구가 틀렸다거나 필요 없다는 이야기 아닙니다.) 이번 선거 또한 감성적 소구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동네에 수제 케이크집이 있었습니다. 2층 건물을 사용했으니 꽤 큰 수제 케이크집입니다. 그런데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수제 케이크를 좋아해서 자주 애용했지만 서서히 방문 빈도가 줄었던 참이었습니다. 해당 수제 케이크 사장님은 전문성과 함께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2개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장악한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 대한 전문성 기반 비난과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 역설하실 때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호응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만이 진정한 수제 케이크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들은 날이 날수록 매니악 해져 갔습니다. 주변에 훌륭한 수제 케이크집이 여러 생겨 거리가 있어도 다른 집으로 가는 일이 늘어갔습니다. 물론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에도 훌륭한 빵과 케이크가 있어 자주 애용했고 정말 특별하거나 중요한 시간에는 수제 케이크집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 선거를 하면서 최근 문을 닫은 그 수제 케이크집이 떠올랐습니다. 대기업 베이커리가 아니라 더 훌륭한 수제 케이크집이 오래오래 성장하길 희망합니다.


"선거는 중도층이 관건이다" 이 이야기는 선거공학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제 상식이며 기본입니다. 비슷하게 위기관리에서도 대립되는 상황에는 여론 조정이 필요할 때 중립적인 그룹을 향한 설득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양극단에 계신 그룹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본인의 생각을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도 결국 중도층이 관건이 되었습니다.


양극단에 존재하는 분들을 선거에서 보통 '강성 지지층'이라고 부릅니다. 이 강성 지지층은 과거 오프라인에서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이후부터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들이 늘어났습니다. 


중도층은 합리적이고 품격있는 설명과 설득에 기꺼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성 지지자들의 강성 언행들은 지지자들끼리 텐션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지만 중도층에겐 오히려 반감만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도층은 후보에게 호감이 있어도 강성 지지자분들이 싫어서 그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음 선거에선 반드시 유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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