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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Mar 28. 2018

저자의 경험을 파는, 퍼블리 마케팅

타겟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흔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책을 보라고 합니다만 제가 성장하기 위해 획득한 정보는 일반적인 서적보다는 '매거진'. 책보다는 사람을 만나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자신만의 데이터로 만들어 정리하곤 했습니다. 


유니타스 브랜드. 매거진비. HBR(하버드비지니스리뷰). DBR(동아비지니스리뷰). 포브스. 친디아. 월간디자인. 인테리어 등 수십종이 넘는 매거진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매주 한번씩 가졌으니까요. 학교 도서관은 언제나 저에게 보물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세리씨이오까지 구독했을 정도로 저는 지식을 받아들이고 정보화하는 일에 거의 목숨을 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보니 국내의 검색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미디엄 등 해외의 블로그와 비교하면 국내의 블로그는 쓸만한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광고가 지배하는 세상이었고 카카오브런치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브런치의 핵심고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료콘텐츠 퍼블리싱의 기치를 세운 퍼블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당연하게도 퍼블리의 유료고객이 되었습니다. 


네. 제가 바로 퍼블리의 타겟고객입니다.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매거진을 탐독하였고 세리씨이오를 구독할 정도였으며,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대 이상의 사업주. 정당한 콘텐츠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콘텐츠의 가치와 질을 중시하는 퍼블리의 타겟고객. 퍼블리 같은 서비스가 있어서 오히려 더 행복해지는. 그리고 퍼블리가 일정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것이 눈에 보이면 언제든지 떠날수 있는. 


유료콘텐츠 비지니스의 지평을 연 퍼블리의 마케팅 사례를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퍼블리만의 독특한 포맷: 저자의 경험을 판매합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오리지널한 퍼블리만의 콘텐츠를 기획했다

퍼블리의 타겟고객은 사업가, 혹은 컨설턴트입니다. 아니면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주니어일수 있지요. 뭐가 되었든 평범한 고객은 아닙니다. 이 분류에 속하는 고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데 이미 지식 콘텐츠에 상당히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퍼블리만의 정체성만 공고히하면 충분히 수익을 올릴수 있는 확실한 집단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는 무엇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고 눈에보이는 수익을 올리기에 충분한 시장이 있는 것이죠.  


퍼블리의 박소령대표가 5년동안 컨설턴트로 업무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컨설턴트들의 습관이나 생리를 잘 알고 있고 관련된 네트워크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똑같이 퍼블리와 유사한 사업모델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타겟고객의 기준과 판단력을 갖추지 못하면 퍼블리처럼 성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고객들의 요구수준은 매우 높고도 높아 평범한 수준의 이야기에는 절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니까요. 


적당히 괜찮은 서비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고객이 아닙니다. 매우 압도적인 퀄리티를 갖고 있어야하고 그러면서도 기존의 서비스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새로운 영역에서 퍼블리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퍼블리는 기존의 매체가 다루지 않았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이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타게팅합니다. DBR과 HBR등이 기존의 시스템 등으로 과거에 머무르고 있을때 퍼블리는 발빠르게 움직여 새로운 영역에서 각자만의 주관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저자들을 섭외하여 그들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유료콘텐츠 모델을 적용한 것이죠. 그래서 퍼블리의 슬로건은 '저자의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매거진을 읽던 구독자의 입장에서 퍼블리의 콘텐츠를 보면 매우 참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업무력으로 단련한 고수들의 내공있는 콘텐츠가 잘 정제된 문장으로 눈에 쏙쏙 박히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저자의 경험. 퍼블리의 내부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알수는 없지만 이 경험을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인사이드 다보스, 스웨디시 스타트업 엿보기, 명품의 조건 등. 저는 객관적인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그런 이야기에서 내가 도움받을 만한 힌트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은 그냥 누구나 다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을 피상적으로 접근했을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 특별한 주관, 자신만의 이야기. 이런 것들입니다. 


퍼블리가 런칭하면서 최초로 가입하여 퇴사준비생의 도쿄라고 하는 콘텐츠를 정가로 구매했습니다. 구매한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매우 퀄리티가 좋은 글인데,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오리지널한 콘텐츠였으니까요. 






2.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는 디테일의 힘

압도적인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좋은 블로그들은 다수 존재합니다. 대부분 일선회사의 팀장급 기획자이거나 컨설턴트들이 중심인데요. 특히 컨설턴트들은 자신의 개인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의 생각과 주관이 담긴 글을 발행하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도 비슷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래 모든 활동의 기본은 텍스트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전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랫폼과 창구가 다양하게 열리게 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선보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고 이러한 기회가 계속 커져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퍼블리는 발빠르게 이런 저자들을 영입하여 유료화된 프로젝트를 여는 사업에 착수한 것입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무료로 온라인에 콘텐츠를 퍼블리싱하는 것과 유료화된 매거진을 발간하는 것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저자의 각오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만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브런치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그 글을 퇴고하거나 생각을 가다듬거나 하는 시간을 들이지 않고 거의 일필휘지에 가까운 느낌으로 한번에 글을 써내려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미리 포스팅할 주제를 브런치 서랍이나 에버노트에 넣어놓고 키워드 정도만 갈무리할 뿐입니다. 


그러나 퍼블리의 콘텐츠는 다릅니다. 확실히 문장과 문장, 메시지와 맥락을 손본 흔적이 이곳저곳 엿보입니다. 비문이라고 할만한 문장이 많지 않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입니다. 가독성을 고려했다는 것이죠. 읽는 사람을 위해 수차례 콘텐츠의 문맥을 가다듬은 글입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마다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이런 글을 읽다보면 한가지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글은 나혼자 읽고 생각에 잠기기엔 너무 아까운 글이다


그래서 퍼블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아 행사를 기획하고 모임을 운영합니다. 단순한 유료콘텐츠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타겟고객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전방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 모든 힘은 콘텐츠의 치밀함을 놓치지 않는 디테일에서 비롯됩니다.







3. 퍼블리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

디지털 마케팅도 잘하더라

제가 처음 유료구독을 진행했을때 퍼블리는 상품구입 기반의 온라인 커머스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로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서 퍼블리는 곧 월별 유료회원제를 시작했습니다. 미리 선주문을 통해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팬들을 중심으로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완성된 프로젝트는 멤버쉽 회원에게 제공되는 결제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퍼블리의 서비스는 단순한 온라인 유료콘텐츠가 아니라 타겟고객의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전방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므로 소수의 타겟고객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제공하는 비지니스 모델이 추가됩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처음부터 전략을 잘 수립했기에 출발이 좋고 퍼널단위로 전환율을 측정하기에도 유리합니다. 스타트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서비스를 들고 시장에 들어와 브랜드 싸움을 펼치며 자사의 시장을 확보하는 방식인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마케팅을 위한 구간별 퍼널설계가 최적화되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트레바리와의 정확한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레바리의 초창기 멤버였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는데 컨설팅펌 시절의 인맥까지 합치면 주변에 퍼블리를 구매할만한 잠재적인 인맥을 매우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셈이 됩니다. 이 친구들이 왜 중요한가하면 같은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올려도 온라인상의 친구들이 많은 마케터는 기존의 평판과 호의에 힘입어 많은 좋댓공을 받을 수 있고 같은 비용을 투입해 스폰서드를 올려도 더 우수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콘텐츠도 좋습니다. 어쩌다보니 스마트폰으로 페북을 하면서 퍼블리의 스폰서드를 스샷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로 그냥 스쳐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꼭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들게끔 온라인상에서 확실한 어그로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대대적인 페이스북 마케팅은 과거 패스트캠퍼스도 상당히 많이 실행한적이 있는데요 오프라인 기반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캠과 달리 퍼블리는 광고하면 그대로 온라인 콘텐츠 구매로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두고볼만한 사례인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1) 페이스북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자사의 우월한 콘텐츠를 2~3편 무료로 열람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페이스북 상에서 잠재적 타겟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인지시키고 있습니다. 


2) 퍼블리의 우월한 어그로에 감동한 고객은 링크를 타고 퍼블리의 글을 읽기 시작하고 저자의 관점이 가미된 고퀄리티 콘텐츠에 감동합니다.


 3) 그때 포스팅 말미에 2시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이용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연히 고객은 클릭하고 이용권을 다운로드해서 퍼블리의 다양한 글을 읽어봅니다.


4) 퍼블리의 가치를 확인한 고객은 멤버쉽에 가입하거나, 퍼블리의 링크를 저장하거나, 떠나거나의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나 퍼블리에서 콘텐츠를 사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구매하고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료이용권을 3회나 제공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는 고객이 이익인것 같지만 그 고객과 장기적인 라운드를 가져갈 것을 생각하면 결국 퍼블리가 이익입니다.


5) 경험의 재구매 혹은 주위에 입소문을 통해 퍼블리와 장기적으로 수익성있는 고객관계를 맺는 고객들이 늘어납니다. 앞으로의 퍼블리는 이러한 탄탄한 지지층에 기반하여 다양한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작가들을 초청해 퍼블리 회원만 참석하는 파티를 열고, 퍼블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터디 그룹을 모집하고 등등의 활동을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지금에 이르러 정립된 시스템일뿐 초창기에는 대표의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스템이었을것이고 고객한명, 한명에게 영업하듯이 진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퍼블리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콘텐츠에 의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퀄리티의 수준만 계속해서 유지한다고 하면 앞으로도 퍼블리의 성장은 쭉 이어질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무너지는것 또한 한순간입니다. 특히 퀄리티가 중요한 시스템에서는 그 퀄리티를 끝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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