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를 해체해보자
저는 개인적으로 리테일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IT가 가장 많이 혁신하는 분야중 하나가 기존의 소매점이고 인터넷과 온라인의 발달으로 가장 큰 피해와 지각변동을 입은 곳 또한 지역기반의 상점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리테일은 과연 온라인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정용진과 스타필드의 행보는 그런 저의 의문에 '우리의 해답은 이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는 한때 매주 스타필드 하남에 방문하며 변화하는 신세계의 모습을 눈에 담고 그들이 얼마나 치밀한지 얼마나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대기업이 제대로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브랜드와 이마트트레이더스, PK마켓으로 이어지는 마트라인과 잇토피아-고메스트리트-푸드코트로 이어지는 푸드라인,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다양한 키 테넌트와 매주 이루어지는 메인홀의 행사까지. 일렉트로마트의 놀라운 콘텐츠와 사용자경험, 그리고 그밖의 다양한 개성있는 스토어들.
스타필드는 철저하게 체험형 기반의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는 매장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어떤 스토어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고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선포한 신호탄이기도 했습니다. 점점 온라인 사업체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뒤로 물러서는 유통업체들과 달리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금을 들여 최상의 가치를 창출해냈고, 고객들이 직접 교외로 찾아오게 만들었으니까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것이고, 마케터라면 이들의 무브먼트를 추적하고 해체해서 이들이 어떤 생각과 관점으로 전략을 설계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콘텐츠, 브랜드, 전략, 카피라이팅 등 스타필드에 적용된 패턴과 기법은 많고도 많아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마케터에게는 이렇게 좋은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건 그냥 노다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타필드는 마케팅의 종합예술 오페라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고객의 체류시간을 일단 늘려놓고, 수익활동은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는 발상
해외여행 가기에 딱 좋은 두바이에 가면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을 정도의 쇼핑센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동지역의 특성상 실외에서 쇼핑을 하기에 어려운 탓에 그곳에서는 나인투텐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아침에 들어가서 하루종일 모든 것을 다하고 밤이되면 집에가는 방식의 쇼핑센터가 존재하는 것이죠.
한국도 이제 점점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향하면서 이러한 초대형 쇼핑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너무 덥고 기후가 힘드니까 다들 시원한곳으로, 에어컨 빵빵한 곳으로 몰려가는 것이고 그곳이 어딘가하니 바로 쇼핑센터가 되는 것이죠.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지금까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두바이의 쇼핑센터를 상당히 많이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두바이의 쇼핑문화를 경험하신 분들에게는 스타필드가 보여주는 혁신이 별로 대단치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모델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스타필드에 적용된 패턴들 잘 살펴보면 기존 백화점 방식과 상당부분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홉시부터 열시까지 고객을 스타필드에 잡아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그냥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쇼핑공간을 채우고 식당을 구성하면 고객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려 할까요. 지금의 소비자들은 매우 똑똑합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서 시간을 들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당한 수준의 쇼핑과 애매한 푸드코트만을 제공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합니다.
고객을 9시부터 10시까지 잡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F&B'의 단위에서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싶을 정도의 욕구를 들게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키테넌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디저트샵 르타오와 정용진 맥주집으로 유명한 데블스도어와 같은 브랜드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잡아야 할 것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보통은 로드샵에서 서점이 이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죠. 스타필드에는 서점이외에도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일렉트로마트, 각종 자동차 전시장, 메종티시아, 토이킹덤 등이 이 역할을 하고 메인홀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였습니다.
고객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콘텐츠의 본질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스타필드는 여기에 더 추가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사용자경험과 메시지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입니다.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은 굳이 스타필드가 아니더라도 판교 현대백화점 등에서 오히려 더 치밀하게 구성해왔던 사례가 있습니다.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했는지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보면 놀랄정도죠. 그런데 스타필드는 '체험형 서비스'라고 하는 개념을 중심으로 쇼핑센터를 관통하는 법칙을 완전히 바꿔버리게 됩니다. 전 매장에 '판매'가 아닌 '경험'을 목표로하는 운영원리를 적용시켜 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발상의 전환인가 하면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하는 유통회사가 판매보다 고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스타필드에 방문한 고객은 쇼핑센터 안의 다양한 스토어를 구경하면서 그 스토어를 예전에 다른 곳에서 보았다고 하더라도 스타필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체험형 서비스라는 방식으로 업을 재구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 개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입니다. 일단 시각적으로 WOW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장전체가 포토존이고 인스타그램 성지인 것이죠. 이제 사람들은 신기한 것이 있으면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하고 독특한 즐길거리에 열광합니다.
스타필드는 여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각각의 콘텐츠로 중무장한 개성있는 브랜드를 모으고 모아 하나의 지역화된 브랜딩 작업을 진행합니다. 잇토피아와 고메스트리트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개념과 개념과 개념을 모아 상점을 구성하고. 상점과 상점과 상점을 모아 거리를 구성해 각각 브랜딩 작업에 들어가 온거리가 콘텐츠인 것입니다.
맛의 즐거움이 극대화되는 미식 유토피아. 그리고 야외 테라스를 따라 완성된 맛집의 거리. 누군가가 스타필드 거기는 왜 좋은거야?라고 물어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어 거기는 잇토피아랑 고메스트리트라고 맛집들을 모아놓은 거리가 있는데 그 안에 가면 정말 훌륭한 맛집들이 많아. 아 그렇구나!
이렇게 대화가 나올 수 있도록 미리 논리를 설계하고 패턴을 구조화하여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타필드의 유일한 약점
이렇게 대단하고 치밀한 스타필드도 유일한 단점. 약점이 존재합니다. 방문객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정작 쇼핑백을 들고 있는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고 맛집 찾아가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장보고 이런건 잘합니다. 그런데 정작 쇼핑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본래 스타필드 하남점의 원본 전략은 '하남 유니온스퀘어'였습니다. 백화점식 쇼핑센터가 아니라 아울렛 개념이었고 이것이 여러번 수정을 거치게 되면서 지금의 '스타필드 하남'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면서 아울렛 개념을 벗어난 것이죠.
그러니 당연하게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고객들은 똑똑합니다. 제품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거 다 검색해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판단이 들때만 구매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하남과 같은 경기권에서는 조금만 더 가면 프리미엄 아울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점유하여 일단 스타필드에 오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는데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막힌 일이 일어난 것이죠.
아침에 와서 쇼핑공간에서 아이쇼핑하고, 일렉트로마트에서 가전제품 구경하고, 점심에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구점에서 가구구경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합니다.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하는데 그렇게 하루를 즐기다가 마지막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노브랜드에서 장만봐서 가버리는 것입니다. 스타필드 하남점 이후 고양점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여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라고 하는 아울렛 기반의 스토어를 기획하여 이곳을 통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신세계팩토리스토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쇼핑과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팩토리 스토어의 할인율은 원가대비 약 50%정도 되는 제품들. 충분히 살만한 제품이고 고객입장에서 확실한 메리트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중에는 브랜드 없는 상품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제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고 직구든 구매대행이든 국내샵이든 온라인 커머스의 상품가격은 놀라울정도로 낮고 파격적입니다. 여전히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막강한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돌파구로 선택한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가 사람들이 막 WOW하고 열광할 정도로 사고싶은 서비스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중국인들을 끌어오는 전략에 더 집중했으면 어떠했을까요. 물론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롯데로 많이들 가고 롯데가 이 우량고객들을 쉽게 넘겨주지는 않겠지만 이들을 잡게되면 확실하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만큼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팩토리스토어라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중국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관련된 서비스를 기획해 중국인들이 올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설계했다면 더 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대기업은 역시 대기업. 정말 엄청난 퀄리티의 광고
스타필드의 마케팅은 역시 대기업의 클래스를 보여주는것 같은 느낌입니다. 뭐하남-스타필드하남에 이어 언제올고양-스타필드고양으로 이어지는 드립력에서 시작해서 메인 홍보영상에서는 굉장한 고퀄리티 영상이 엿보입니다. SSG마케팅-쓱에서 선보였던 파스텔톤에 이야기하는 방식은 그대로 차용이 되었고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고양이가 등장해 고양~하는 모습은 미학패턴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전체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위트와 센스를 보여줍니다.
마케팅 카피는 '하루종일 놀고.먹고.사는 우리가족 첫번째 쇼핑테마파크'스타필드 고양입니다. 집에서 집안일에 치이기 싫어하는 젊은 주부들의 감성을 공략하면서, 다른 곳과는 다르게 스타필드는 엄마, 아빠, 아이들이 모두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마음껏 즐기면서 하루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스타필드가 갖고 있는 최고의 가치이자 정체성입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스타필드의 최대장점인 것이죠.
아빠는 구두와 전자기계 등 다양한 관심사를 볼 수 있어서 좋고, 엄마는 옷과 악세사리, 화장품 등 평소에 보고 싶었던 브랜드를 모두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타필드를 달리며 토이킹덤이나 스포츠몬스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더 어린 아이들은 플레이타임에 아예 맡길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쇼핑을 하고 올 수 있도록 말이죠.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데려올 수도 있고 찜질방이나 수영장에 갈수도 있습니다. 아, 맛있는 맛집은 기본입니다. 온가족이 각자의 기호를 만족하면서 따로 또 같이 해피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것이죠.
스타필드의 오페라 같은 종합예술 마케팅을 보면 가치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가치와 본질에 집중한다고 해도 수익관계를 창출하는 것은 그것과 전혀 별개의 일일수도 있다는 씁쓸한 현실까지 목도할 수 있습니다. 스타필드 수준의 조직역량을 갖고서도 결국 완전한 수익창출을 해내는 것에는 도달하지 못한 셈이니까요.
스타필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확실한건 신세계와 이마트는 앞으로도 더욱 고속성장할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이미 다양한 콘텐츠로 중무장한 일렉트로마트가 국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롯데하이마트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편의점이었던 위드미가 '이마트24'로 바뀌게 되면서 노브랜드의 제품라인과 다양한 서비스를 이식받아 기존 편의점 서비스의 수준을 한차례 더 높여주는 프랜차이즈로 편의점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 나아가 PK마트로 미국시장을 노리고 해외진출을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숫자와 지표만으로 보면 신세계가 스타필드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붇고 실제로 그만한 수익은 창출하지도 못하고 고객들 좋은 일만 한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스타필드라고 하는 사업모델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고객을 그것도 교외지역에 모객하는데 성공했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보며 차기사업을 위한 테스트마켓으로서는 충분한 기여를 해왔던 것입니다. 하루평균 7만명이다, 주말에 30만명이 몰린다 하는 이야기가 올라올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중심지역도 아닌 교외의 멀리 떨어진 스타필드에 방문했고 이제는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수익활동이 안된다 하더라도 홍보차원에서 입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스타필드측으로서는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사업을 진행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스타필드 내에 소속된 다양한 유닛들-일렉트로마트, 이마트, 노브랜드, PK마켓 등의 경쟁력을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2세대 스타필드의 사업은 지금보다 더 확대된, 완벽한 테마파크 중심의 시설입니다. 청라도시를 타게팅하고 있는 스타필드 2.0에 이르게 되면 독자적인 호텔브랜드가 더해지게 되면서 해외관광객을 본격적으로 타게팅하는 서비스가 런칭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 중국인을 잡는 것이죠. 하남과 고양은 위치상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청라는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타필드의 행보는 앞으로 쭈욱 지켜봐야 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