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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Apr 15. 2018

네이버는 살아있다, 네이버 웨일

가두리 양식은 계속될 것이다. 좋으니까. 

언제서부터인가 제 블로그에 특이한 URL이 따라붙기 시작했습닏다. 대체 이건 무슨 서비스일까. 궁금해서 눌러봤습니다. 네이버의 디스코 서비스더군요. 인공지능 큐레이션 방식으로 관심사 기반의 SNS를 진행하는 1년도 안된 앱서비스. 빙글을 좀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것 같습니다. 


저는 디스코 서비스를 좀 더 제대로 알아보고자 디스코의 PC버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라면 PC버전과 동시에 출시되었을테니까요. 어. 그런데 PC버전을 다운받는 방식이 조금 이상합니다. 저는 네이버의 새로운 브라우저 웨일을 보게 되었고 이 웨일의 플러그인으로 디스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네이버 웨일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소감은. 


네이버 이용자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



새로운 세상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광활한 정보의 우주를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탐험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 지금.

고래 우주선

웨일은 “우주선은 거대한 고래였다”라는 SF 소설 속 한 줄에서
영감을 받아 정보의 우주를 항해하는 여러분을 위한
새로운 우주선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항해의 시작

웨일은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문턱을 낮추고
나아가 여러분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브라우저가 되고자 합니다.
지금, 새로운 세상을 향한 이 항해에 함께해주세요.



일단 웨일이라고 하는 단어부터 뭔가 상큼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들과 자연스럽게 링크되는 시스템. 이용자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라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볼때, 기술적 측면에서 볼때도 흠잡을때 없이 매우 훌륭합니다. 저는 네이버 서비스를 국내자료 검색할때만 이용하는지라 필수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제가 크롬 옆에 듀얼 브라우저로 위치시켰습니다. 네이버만 사용하는 분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곳에서 모든 것을 다하는. 정말 최고의 서비스가 아닐까. 웨일 최고다. 뭐 이런 감정이 될 것 같습니다. 가두리는 앞으로도 이어질것 같군요. 쭈욱. 네이버 웨일의 다양한 마케팅 패턴을 해체하고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네이버 이용자를 위한 최고의 올인원 서비스

네이버 생태계에 최적화된 브라우저

2018년. 페이스북과 구글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광고판이 아니라 진정한 검색품질에 따른 결과를 제공하는 검색엔진과 가두리 양식을 벗어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연결. 이 세상을 경험한 이들은 점점 탈네이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극소인구의 상황일뿐. 여전히 국내 온라인 트래픽의 절대적 다수는 N사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에서 비롯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편리하고 친절한 시스템. 네이버 메일, 네이버카페, 네이버지식인, 네이버블로그, 네이버 웹툰 등 사용자를 생각하지 않게 하는 서비스는 다 네이버에 있으니까요. 아직도 네이버 카페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물론 그 회원수는 대부분 허수이지만요. 아직도 네이버 지식인의 Q&A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물론 그 대답은 거의 대부분이 광고이지만요. 그러나 허수이든 광고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야말로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네이버웨일은 모바일세상에서 점차 파편화되고 있는 N사의 모든 서비스들을 다시한번 집결시키는 야심이 엿보이는 서비스입니다. PC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네이버 플랫폼에 탑재되어 있었고 모든것을 네이버에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네이버의 서비스는 쪼개져야 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사람들은 네이버를 이용했습니다. 네이버메일, 네이버카페, 네이버블로그 등. 그러나 이런 게임의 판도는 N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네이버는 그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살을 파먹히고 있는 중이었죠.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오게 될지는 뻔한 상황. 어떻게든 모바일에서의 플랫폼을 가져야 하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를 연결시켜 고객접점을 가져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OS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기업들이 시장을 점거한 상황에서 OS에 엑세스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OS가 아니면서 OS처럼 기능할 수 있는 극소단위 서비스에서 살금살금 플랫폼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다. 현재 인기를 얻는 서비스의 대부분이 이런 플랫폼화를 노리고 있죠. 카카오톡은 점점 메신저를 넘어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을 카카오화하겠다고 야심을 키우고 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쇼핑을 결합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잠금화면 광고로 시작한 캐시슬라이드는 스마트폰잠금화면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웨일 브라우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플랫폼전쟁에 뛰어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크롬 브라우저는 브라우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플러그인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어 그 스스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브라우저, 2016년부터는 전세계 점유율의 50%를 넘는 성과로 정상의 자리로 올라섰죠. 앞으로의 시대는 SW의 시대입니다. SW로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면 하드웨어를 대신 생산해줄 수 있는 곳은 널리고 널린 상황.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웨일 브라우저는 자사의 서비스들을 모두 연결시킨 N사 플랫폼의 사용환경을 극도로 강화한 플랫폼을 제안합니다. 네이버 서비스를 애용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2. 매우 훌륭한 서비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N사 서비스를 좀 더 훌륭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을뿐

네이버의 웨일은 일견 잡다한 정보를 걷어내고 구글과 비슷한 환경으로 진입한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네이버의 시스템 그대로입니다. 아래에 있는 이미지는 매우 스마트해 보이지만 네이버 검색창에서 검색을 하는 순간 예전의 그 네이버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시키니까요. 그래도 이만한 서비스를 낼 수 있다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대단한 회사입니다.


카카오라고 하는 회사가 새롭게 등장해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역시 기술력 측면에서 네이버를 따라잡기에는. 아니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격차가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네이버에는 그간 쌓아온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그 퀄리티는 매우 처참한 수준이지만 한글로 기록된 방대한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 그 데이터를 갖고 정말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화면에서 다양한 화면을 열수 있는 옴니채널 브라우저. 파파고의 번역을 이용해 해외 웹사이트를 방문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다양한 웹에서의 좋은 정보들을 저장할 수 있는 클리핑을 통한 아카이빙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모바일 화면을 볼 수도 있고 스마트팝업이라고 하는 기능창도 존재하네요. 매우 좋아보이는 서비스이지만 불행히도 제게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서비스입니다. 저는 듀얼모니터를 사용하고, 이미 크롬에서 애드블록과 팝업차단, 다양한 플러그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에버노트 프리미엄 유저이며 영어권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파파고의 인공지능번역이 그나마 실익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음.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감상과는 다르게 위 서비스들은 기존 N사 생태계에 머무르는 이들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서비스일 것입니다. 스스로 다양한 서비스를 찾고자 하지 않고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으며 이질적인 UI/UX를 낯설어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잘 맞는 서비스일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N사 생태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충분히 애정하는 서비스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웨일을 써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 크롬은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던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서 많은 이용자들을 크롬으로 유입시킨바 있습니다. 그러나 웨일은 그저 N사 서비스를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큰 장점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크롬을 지우고 웨일로 갈아탈 수 있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크롬 옆에 듀얼로 위치시켰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어쨋든 저도 국내자료 검색은 하기는 하니까요. 아마 지우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3. 네이버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전세계 진출을 하고 싶은것 같다

네이버의 방향을 보면 꾸준히 기술력을 쌓고 있는 것이 엿보입니다. 자사 생태계의 퀄리티 컨트롤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냥 쌓여있는 데이터. 새롭게 인수한 스타트업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한 기술적 서비스를 런칭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점이 카카오와 차이를 보이는 다른 점입니다. 카카오는 IT회사라고는 하는데 잘 보면 기술력이 아주 대단히 뛰어나기보다는 지식서비스를 잘 운영하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자사 생태계의 퀄리티 컨트롤에 신경쓰면서 뭔가 방향성에서 차이를 보이는게 많습니다. 카카오브런치에 포스팅된 글을 네이버 디스코에서 큐레이션하고 있다. 재미있는 광경이죠. 


네이버의 블로그 생태계는 참혹한 광고판에 가깝습니다. 네이버도 이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포스트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를 정화하고자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블로그의 장사꾼들보다 조금 더 나은 사업자를 위치시켜 그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광고글을 생산하게 할 뿐입니다. 포스트가 제대로 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창업자나 코파운더급 레벨의 인재들이 직접 지식생산 작업에 뛰어들어야 유의미한 콘텐츠가 나올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반면 카카오의 브런치 생태계는 트래픽으로만 보면 극소하지만 퀄리티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물론 브런치에도 좋아요군단을 이끌고 글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공유를 늘려버리는 이들이 작업한 흔적이 아주 안보이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이들보다는 각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의미있는 콘텐츠들이 대부분입니다. 


네이버의 움직임을 가만히 보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가두리양식을 꾀하는 이들의 방식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조만간에 카페시스템이나, 지식인 등 기존 서비스의 대폭 변화가 있겠지요. 그런데 그런게 없다는 것은 해외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테스트를 거친다는 마인드에 가깝습니다. 뭔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느낌이네요. 


그게 디스코가 될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디스코는 분명 의미있는 서비스입니다. 관심사 기반의 SNS가 정말 차세대 SNS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쌓고 경험을 축적하겠지요. 저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실상 큐레이션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신뢰도 있는 친구들의 주관적 추천에 기반한 큐레이션의 품질을 그냥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한 서비스가 쉽게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콘텐츠 큐레이션이 되려면 그 안에서 글을 공유하고 팔로잉을 하며 나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한 활동을 해야 비슷한 글이 맞춰지는 것일테니까요. 현실적으로 그 서비스에서 그만한 시간을 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페북에서는 정교하지 않더라도 이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페북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물같은 콘텐츠를 빠르게 귀신같이 찾아내 공유하는 시스템인가.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가능성은 알겠는데 여러모로 시간투자를 할만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웨일브라우저 또한 우수한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크롬을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유저를 반드시 넘어오게끔하는 매력적인 무엇이 있는 서비스는 아닙니다. 아직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고 있는 한국인을 웨일브라우저로 넘어오게 하는것은 할 수 있겠지만요. 웨일이 의미가 있는 것은 네이버 생태계를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네이버 생태계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이 넘어올만한 확실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문의 여지가 있는 서비스라고 봅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이 같은 움직임. 즉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는 방식. 이런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기술력의 축적을 가져오고 언젠가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낼 수 있을것이라 봅니다. 마치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서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돈과 자원을 날려먹었던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낸 것처럼. 해외로 나갈생각은 안하고 가두리양식만 한다고 비판받던 네이버가 결국 뭔가 일을 하기는 할것이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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