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코드를 보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여러분들은 일을 하며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무엇을 하며서 사용하시나요. 맛있는 음식? 재미있는 여행? 여러가지 사용처가 있겠지만 저는 강의와 멘토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 대부분은 반드시 자기계발과 관련한 영역에 재투자합니다. 좋은 사람들은 만나는데 비용을 쓰고, 좋은 정보를 획득하는데 사용하고, 아직은 낯선 해외의 서비스를 경험하는데 투자합니다.
세리CEO, HBR, DBR, 디지털인사이트, 매거진B, 유니타스브랜드 등 많은 매거진을 구독해왔으며 연말이면 다양한 세미나에 참석하며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했고 최근에는 퍼블리, 아웃스탠딩을 결제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특이한 점이라면 점점 책을 구매하는 빈도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일까요. 언제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는 전통적 의미의 책은 거의 구매하지 않게 되었는데 언제나 가방에 노트북을 갖고 다니고 RSS구독이 일상이 되면서 더이상의 오프라인 기반의 지식매체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서점에서 서서 책을 읽는 환경이 좋아진 것도 이러한 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라이트한 유저들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책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고 접근성이 좋아져 분명 구매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것으로 생각되지만, 저처럼 하드코어한 유저들은 살면서 어지간한 책은 거의다 읽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날잡고 하루 서점에 가서 최소6시간 동안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가며 필요한 부분만 읽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저는 왜 더이상 책을 사지 않게 된 것일까요. 살만한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은 계속해서 이것저것 출판되는 것 같은데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할만큼 괜찮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 없습니다. 나는 충분히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구매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체 어쩌다 이런 책이 출판되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검색 조금만 해보면 다 나오는 뻔한 이야기들에 노골적으로 자기비지니스 광고하는 책들, 말이 안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까지 가득합니다.
대형서점에 진열된 책들보다 제가 구독하는 블로그의 이야기가 더 디테일하고 밀접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온라인상의 정보보다 제가 직접 만나고 관계를 맺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더 실질적인 정보에 가깝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책들은 목차만 대충 읽고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할 수 있으며, 10분이상 계속해서 읽게되는 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점점 이 비율이 극단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서점에 책을 보러 갑니다. 책 한권에 걸쳐 의미있는 몇줄의 텍스트. 그것을 건지기 위해서 그 거의 없는 몇 안되는 책을 만나러 가는 것이죠. 그래서 나는 서점에 갑니다.
트래블코드.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밑줄긋는여행. '퇴사준비생'이라고 하는 개념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까지. 퇴사준비생의 도쿄 때부터 팬이었지만 런던편에서부터 기존의 방식과 다른 형태로 비지니스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성장 또한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살 준비가 된 사람은 많다. 비용을 지불하고 살만한 책이 없을뿐이다.
트래블코드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놀라움이었습니다. 문장 한올한올 느껴지는 정성스러움.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차례 퇴고를 거쳐서 세상에 등장한 것 같은 디테일. 안에 담고 있는 정보도 대충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흔해빠진 정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퀄리티도 매우 뛰어났지만 저를 사로잡았던 것은 저자의 고민과 성찰이 느껴지는 문장 그 자체였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빠져드는 것은 이 책이 다양한 관점에서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책이기 때문입니다. '퇴사준비생'이라고 하는 시대의 이슈를 건드리는 개념. 각각의 챕터별로 수록된 목차는 하나하나 마이크로브랜딩이 적용되어 있습니다.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거인의 어깨위에서서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야기였어. 퇴사준비생의 도쿄/런던은 생각하는 여행을 제안하는 최초의 여행서적입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생각하는 관점을 제시하는 단 하나뿐인 책입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그럴수록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는 법입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트래블코드가 출판한 퇴사준비생의 도쿄/런던 시리즈는 창업가와 컨설턴트들의 대화를 닮았습니다. 언제나 세상모든 것에 대해서 비지니스적인 관점으로 풀어보고 해석하는 관점을 갖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콘텐츠로 시작해 책을 출판하고, 이제는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처음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출판된 것은 실물책의 형태가 아닌 퍼블리를 통한 디지털콘텐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쭉 지켜보면서 관망하고 있던 퍼블리를 마침내 결제하게한 내 인생 최초의 디지털콘텐츠였습니다. 왜 이런 형태의 어프로치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너무나 훌륭한 책이라서 상당히 하이엔드한 타겟고객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흐름은 현재 출판시장의 움직임을 거스르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출판시장은 매우 협소하고 좁은 타겟고객을 갖고 있는 책을 쉽게 출판할 수는 없었을테니까요.
책은 읽혀야 책인데 단어와 문장마다 어려운 표현이 가득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관점자체가 달랐던 것이죠. 그러나 디지털출판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1년뒤 책으로 출판되었고 그 다음의 시리즈인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는 플랫폼에서 탈출하여 바로 책을 출판해버립니다. 그리고 트래블코드만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뉴스레터를 발간하며 자체채널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콘텐츠가 플랫폼을 이겨버리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브런치나 퍼블리 같은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서비스들은 필연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가진 기존시장에 없었던 영웅적인 채널을 만들어냅니다. 이 채널들은 기존 플랫폼 서비스 안에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역량이 된다면 이제 세상 밖에서 뭐든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J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채널이 아니라 전문적역량에 기반한 전문가 채널이 앞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제가 이상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저는 대형서점에 진열된 책들보다 제가 구독하는 블로그의 이야기를 더 디테일하고 밀접한 정보로 취급하고 있으며, 제가 획득한 온라인상의 정보보다 제가 현실에서 직접 만나고 관계를 맺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더 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온라인에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콘텐츠가 검색됩니다만 대부분의 콘텐츠는 실제로 벤처창업을 해본적 없는 사업계획서 강사들이 하는 도구에 관한 이야기거나, 벤처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보기 편한 형태의 실리콘밸리식 사업계획서 포맷설명이거나 둘중의 하나입니다. 뭐 이외의 것들도 존재하지만 너무 퀄리티가 낮아서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별론으로 합니다. 정말 벤처창업을 해서 일정수준까지 올라가 본 사람이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예시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줘야 제대로 이해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뭔가 나의 노하우를 전달한다고 하면 그 반대급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책을 출판하거나 블로그를 운영해봤자 대체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강의를 해서 타임당 100만원을 받는다면 겨우 그 정도에 내 노하우를, 내 방법론을 공유할까요. 뻔한 이야기만 되풀이할뿐 돈이 없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자본금을 어떻게 늘려나갈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조언 하나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일뿐 제3자적 시각에서 평가나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로서 그 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직접 해보려 하면 이 길이 얼마나 힘들고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절대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요.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고급진 콘텐츠를 디지털로 출판할 수 있는 곳이 생겼고, 고퀄리티 콘텐츠를 구독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몰려드는 브런치가 생겼습니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유튜브도 자기계발류 콘텐츠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공유되던 지식들이 점점 세상밖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바로 가치있는 콘텐츠에 보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시스템에 근간하여 새로운 전문가들이 탄생할 것이고 이들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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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창업기업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강의 및 콘텐츠는 스타트업 마케팅전략, 스타트업 스토리텔링, 디지털 리터러시 등입니다. 개별적으로 제게 강의를 의뢰하시고자 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담당자분들이 확인할 수 있는 상세사항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