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돈이 아니라, 공간과 수고로움이 만든다

흙당근을 씻고 생감자를 착즙하며, 맹그로브에서 찾은 삶의 밀도

by 임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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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이다.


커피, 차, 밀크티와 같은 음료부터 술과 과일주스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무언가를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이 담긴 한 잔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몸에 주입할 에너지를 고르고, 내 취향이 담긴 결과물을 직접 빚어내는 고독하고도 정교한 과정. 그것은 매일 아침 최상의 컨디션으로 업무에 몰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덧 내 습관이 되었다.


맹그로브 신설에 머물며 가장 먼저 내 눈길을 끈 것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언제든 신선한 재료를 가져와 내 방식대로 주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유 주방,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투박한 블렌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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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주방의 블렌더를 지독하게도 자주 돌렸다.


시그니처 메뉴는 토마토 주스.


카페의 정제된 공간에서 지인을 마주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빚어낸 한 잔을 대접하는 편이 내게는 훨씬 익숙하고 정중한 환대의 방식이었다.


멀리서 찾아온 아끼는 동생들에게는 시원한 과일주스 한 잔을 즉석에서 갈아주었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형들과 미팅룸에서 만날 때면 미리 큰 보틀에 주스를 가득 채워 텀블러에 직접 따라드리곤 했다.


"직접 갈아 만든 거야? 맛있다."


그 한마디면 믹서기를 씻는 번거로움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미세한 아쉬움이 있었다.


요란한 굉음 끝에 쏟아지는 결과물은 늘 2%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면 주스에 층이 분리되고, 혀끝에 남는 껍질의 텁텁함은 내 완벽주의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것은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나, 결코 완벽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맹그로브의 공유주방에 새로운 기기가 들어왔다. 맹그로브와 휴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주방 한켠에 착즙기와 티포트가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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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블렌더도 나쁘지 않았지만, 휴롬의 등장은 단순한 기계의 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칼날로 재료를 난도질하던 비효율과의 결별이었고, 지그시 눌러 본질을 추출해내는 정교한 시스템으로의 완벽한 정권 교체였다. 내 라이프스타일의 밀도는 비로소 내가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응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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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근주스 없는 아침은 상상조차 안 된다.


이왕 훌륭한 기계가 생겼으니 제대로 된 재료를 써보고 싶었다. 주말이면 큰 가방을 둘러메고 청량리 시장이나 인근 과일가게로 향한다. 밭에서 갓 캐내 흙이 잔뜩 묻어 있는 녀석들을 박스째 사 오기 위해서다. (물론 평일의 바쁜 일정에 치일 땐 쿠팡 로켓프레시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나는 마트의 매끄럽게 세척되어 포장된 당근을 믿지 않는다. 세척당근의 편리함 뒤에 숨은 거세된 생명력을 알기 때문이다. 굳이 흙이 잔뜩 묻은 당근을 박스째 짊어지고 오는 건, 내 몸에 들어갈 에너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차가운 물 아래에서 흙을 씻어내며 나는 비로소 깨어난다. 누군가는 번거로운 노동이라 부를 이 시간을, 나는 내 삶의 밀도를 지키기 위한 고독한 리추얼이라 부른다. 비릿한 흙내음이 코끝을 찌를 때, 비로소 나는 내가 진짜를 마실 자격이 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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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착즙기를 의심했다. 이 딱딱한 걸 정말 갈 수 있을까? 당근을 조각조각 잘라 넣었다. 하지만 그건 기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착즙기의 성능을 확인한 뒤로는 주저 없이 통째로 꽂아 넣는다.


쉭쉭쉭


당근이 빨려 들어간다. 믹서기의 소음과 다른, 지그시 눌러 짜는 착즙기의 소리가 들린다. 지그시 눌러 짜내는 묵직하고 낮은 진동음.


그렇게 추출된 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순도 100% 당근주스.


감동적이었다.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혀끝에서부터 식도까지 전해지는 진한 단맛에 전율이 일었다. 자연을 몸에 주입하는 기분.


솔직히 말해서, 흙당근 한 박스를 짊어지고 맹그로브까지 걸어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묵직한 무게감은 나에게조차도 쉽지 않다. 같이 다녀온 동생이 어떻게 이걸 직접 들고갈 생각을 하냐고 깜짝 놀랄정도였다.


하지만 그 무게를 견디는 것조차 즐겁다. 이 압도적인 신선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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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게에서 당근 한박스를 사서 직접 들고 온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나라도 당근박스를 매번 나르고, 씻고, 껍질을 벗겨 냉장고에 고이 보관하는게 쉬울리 없다. 매일 당근 주스만 마시는 것도 좀 그렇다. 그렇다고 케일, 사과, 비트, 샐러리를 각각 따로 사면? 재료도 문제고, 보관도 문제다.


각기 다른 보관 기한, 제각각인 손질법, 게다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정확하게 어떤 과일과 채소를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할지 모른다. 이것저것 해보다 쓰다 남은 채소들은 냉장고 야채 칸에서 시들어갈뿐. 맛있는 주스를 위해서는 재료 간의 황금 비율이 필요한데, 여기까지 와보니 더이상 직접 감당하기엔 솔직히 무리였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 휴롬에서 나온 맞춤 키트는 완벽한 대안이 된다.


어떤 재료는 과즙이 풍부하고, 어떤 건 퍽퍽하다. 이 복잡한 재료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서,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비율로 키트를 만들어 소분해 둔 것이다. 택배 박스를 열고, 키트를 꺼내 가볍게 헹군 뒤, 착즙기에 넣으면 끝.


복잡한 공정을 단 하나의 직관적인 프로세스로 압축한다.


재료 손질, 비율 고민, 이 모든 번거로운 프로세스가 키트 한 봉지로 해결된다는 것. 비효율적인 노동을 시스템으로 대체함으로써 내가 얻어낸 것은 고작 주스 한 잔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을 시간의 통제권이다.


재료를 고민하고 손질하던 시간에 나는 책을 읽거나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시스템이 완벽할 때, 인간은 비로소 사소한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어 삶의 본질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덕분에 나의 착즙 라이프는 365일 멈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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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즙기에서 흘러나오는 저 선명하고 영롱한 색깔이란.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 아닌가.


서울 한복판, 맹그로브의 공유주방이 치앙마이의 한적한 리조트로 변하는 기분이다. 아니, 내 손으로 직접 내렸다는 만족감까지 더해지니 호텔보다 맹그로브가 더 좋다.


완벽한 맛과 여유, 이 맛에 코리빙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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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가 끝이 아니다. 진짜 요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착즙을 마친 뒤 남겨진 당근 펄프. 보통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겠지만, 나에게 이 녀석은 훌륭한 요리 재료다. 수분이 적당히 빠진 당근 펄프는 감자 샐러드에 들어갔을 때 기가막힌 식감을 선사한다.


진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당근이 아니라 감자에서 터져나왔다.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본 사람은 안다. 그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 삶은 감자를 뜨거울 때 으깨는 작업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포크나 숟가락 뒤로 꾹꾹 눌러가며 으깨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그 부드러운 식감이 나온다.


혹시 이것도 되나?


나는 삶은 감자를 착즙기 투입구에 넣어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삶의 밀도가 또 한 번 달라졌다.


기계가 지그시 감자를 밀어내는 순간, 투박한 알갱이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운 입자가 되어 소복이 쌓였다. 내 손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던, 균일하고 크리미한 질감. 숟가락 하나에 의지하던 원시적인 노동의 시대가 그 자리에서 종언을 고했다.


도구가 바뀌면 삶의 속도가 바뀐다. 장비발이라는 가벼운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명백한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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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감자가 이렇게 잘 갈린다면, 혹시 생감자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친김에 나의 소울푸드, 감자전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감자전에 있어서만큼은 유독 고집이 센 편이다. 시판 전분 가루나 감자채로 간편하게 부쳐낸 것보다, 강판에 거칠게 갈아내 특유의 쫀득함이 살아있는 옛날식 감자전을 참 좋아한다.


내가 인정하는 감자전은 오직 하나. 직접 두 손으로 강판에 거칠게 갈아내어, 감자의 섬유질이 살아있고 씹을 때 쫀득함이 느껴지는 그 맛.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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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늘 플라스틱 강판과 사투를 벌여왔다.


감자를 잔뜩 갈고 나면 온몸의 근육이 펌핑된 것처럼 뻐근하고, 자칫 손가락 마디까지 갈아버릴 뻔한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손가락이 갈려 피가 난적도 적지 않다.


그런데 호기심에 껍질 벗긴 생감자를 휴롬 착즙기에 넣어본 순간, 그 미련한 역사는 종지부를 찍었다.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배출구로 나온 결과물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믹서기로 갈았을 때의 그 곤죽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강판의 거친 입자감과는 또 달랐다. 하지만 수분이 완벽하게 분리된 감자 펄프는, 손으로 짠 것보다 훨씬 더 바삭하고 쫀득한, 밀도 높은 식감을 만들어냈다


경이로웠다. 본질에 충실한 도구는 결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한쪽으로는 감자 펄프가, 다른 한쪽으로는 감자 물이 분리되어 나온다. 이 감자 물을 잠시 둬서 가라앉힌 전분과 건더기를 섞어 부쳐내니, 감자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겉바속촉 인생 감자전이 힘 하나 안 들이고 완성됐다.


혁명이었다

그것은 기술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하는 삶의 현장이었다. 땀 흘리는 노동이 무조건 숭고하다는 생각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본질을 지키면서도 시간을 1/10로 단축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다. 남겨진 9의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단순히 낡은 강판과 작별한다는 의미를 넘어, 나는 그 시간과 여유를 오롯이 타인과 눈을 맞추고 나의 크리에이티브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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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의 바삭한 여운을 즐기고 나면, 이제는 차분하게 숨을 고를 시간이다. 밥을 먹었으면 카페를 가는것처럼 맹그로브의 공유주방에서도 자연스럽게 다음 흐름이 있다.


바로 티타임이다.


나는 원래 내 방에 티포트를 따로 두고 쓸 정도로 차를 즐기는 편이다. 보통은 정수기에서 가장 뜨거운 물을 받아 캐모마일 차를 넣고 향이 퍼지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직접 휴롬 티포트를 써보고 나서야 알았다. 뜨거운 물에 티백을 적시는 것과, 최적의 온도로 달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이전의 내 방식이 그저 차 향이 스친 물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 티포트는 재료가 가진 깊은 맛과 향을 남김없이 추출해낸다.


과정은 더 심플해졌는데, 결과물의 깊이가 다르다.


티백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최적의 온도로 끓여주고 알아서 우려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라이프스타일의 격을 결정한다. 시스템이 본질을 완벽하게 대체할 때, 인간은 비로소 다음 단계의 삶으로 나아갈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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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잘 먹고 잘 마시는 고립된 완벽주의,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맹그로브라는 공간에 살며, 휴롬이라는 도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따로 있다.


행위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식이 바뀌었다.

내가 늘 지향해왔던 환대의 방식이 비로소 완전해지는 경험이었다.


밤늦게 지친 표정으로 주방에서 만난 친한 입주민을 향해 당근주스 한잔을 건네던 순간
늘 고생하는 맹그로브 신설점의 매니저에게 이 완벽한 당근주스 한잔의 여유를 베풀었던 순간
항상 나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주신 형들을 맹그로브로 초청해 의외의 순간을 완성해낸 순간


빛깔부터 영롱한 100% 착즙 주스를 잔에 채워줄 때,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내가 이 번거로운 과정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거 진짜 호텔에서 파는 것 같아요."

"색깔 미쳤다. 아무것도 안 넣고 100% 당근인데 진짜 달아요."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결국 이 한 잔을 나누기 위해 흙당근을 씻고, 기계를 돌리고, 미리 정성을 들여 여기까지 준비해왔구나. 사람들의 환호 섞인 이 소리가 날 희미하게 웃게 만든다.


당근에서 케일로, 오렌지에서 사과로. 주스의 색깔이 바뀔 때마다 내 일상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졌다. 온갖 재료로 주스를 짜내며 나는 비로소 그 누구보다도 더 이 공간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매니저도 공유주방으로 초대해서 최고의 당근주스를 선물했다. 방금 추출한, 영롱한 빛깔의 당근 주스를 가득 채워 그에게 건넸다.


"드세요."


거창한 말은 필요 없었다. 그는 약간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잔을 받아 들었다. 주스를 한 모금 들이킨 그의 얼굴에 순식간에 환한 빛이 돌았다.


우리는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주스 한 잔으로 시작된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감자 펄프를 꺼내 순식간에 부쳐낸 쫀득한 감자전,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로 맛있게 구운 크루아상까지. 화려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 어떤 다이닝보다 충분했다.


내 취향을 넉넉히 담아낼 수 있는 공유 주방, 번거로운 노동을 혁명으로 바꿔준 도구, 그리고 맛있는 것을 기꺼이 함께 즐겨주는 사람들. 맹그로브라는 공간 안에서 이 모든 것이 기분 좋게 맞아떨어졌다.


맹그로브의 공유 주방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곳이 아니다. 이 당연한 듯 비효율적인 상호작용이야말로 각자의 궤도를 돌던 아비투스를 지닌 호스트들이 만나 새로운 인연의 궤적을 만들어내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서사를 나누는 교차점이다.


내가 그토록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마음속의 벽을 허물고, 기꺼이 이 비효율적인 환대에 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은 이유는 단 하나. 내 앞에 마주 앉아 잔을 부딪친 이들이, 그저 공간을 소비하고 스쳐 지나가는 무채색의 노바디(Nobody)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례한 자들에게는 단 1초의 시간도 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긴말을 섞지 않아도 이상하게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비정함을 다 알면서도, 또다시 날 다시 휴머니스트로 변화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단 한번이라도 치열하게 세상을 정면 돌파해 본 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의 냄새를 알아본다.


통제된 야성, 묵직한 교양, 흔들리지 않는 의리와 태도.

내 사람을 챙기는 이 미련한 의리가, 결국 나의 가장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이었음을 인정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최선의 것을 건넬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정중하게 수용하는 즐거움.


오늘도 나는 흙당근을 씻고, 감자를 던져 넣고, 차를 우린다.

그렇게 내 삶의 밀도는 어제보다 조금 더 진해졌다.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진한 주황빛 주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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