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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Sep 27. 2016

미니멀리즘이 랜드마크가 된다

성균관대 뒷편에는 경성주막이 산다

저는 일단은 형식적이지만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이공계라 슬프다는 수원의 한곳. 

여기저길 살펴봐도 놀만한 곳이 없어 연구만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실적이 좋아져있다는 바로 그곳입니다. 


정말 뭐가 없긴 하지만.

상권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일대 상권도(네이버 항공뷰)

이공계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기타 교직원들을 합쳐 어느정도의 기본 인구가 형성되어 있고

인근 지역의 아파트도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사당으로 직통라인이 개설된 고속버스와 지하철역이 교차하는 나름 주요한 거리입니다. 


지하철 혹은 버스를 통해 이동하는 이들의 경우 역세권 상권이 메인스트리트가 될 수도 있겠겠지만 본 건은 성균관대에 연고가 있는 학생의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므로 이 기준 메인스트리트는 좌측의 골목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율전 성대생들의 패턴은. 


1) 교내의 식당에서 해결
2) 뒷골목 메인스트리트에 방문
3)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는 좌측 아파트 뒷편으로 형성된 스트리트에 방문
4) 역세권 상권으로 표현된 거리까지(걸어서가면 꽤 길다) 방문
5)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 및 터미널 역세권에 방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내에 인프라가 어느정도 잘 구축되어 있기도 하고(에버랜드에서 떨어져나온 웰스토리가 교내식당을 담당) 이공계 특징상 연구실이 있어서 배달이 용이한지라 왔다갔다 나가는걸 반기는 풍경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래도 같은걸 계속 먹기는 곤란한지라 뒷골목 메인스트리트가 편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 거리. 

원래는 서래갈매기가 있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좋은 상권이라는 생각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안쪽 거리가 괜찮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차가 계속 달리는데 보행자도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 보행자 입장에서는 이 거리를 걷는게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거든요. 따라서 단순한 거리측면에서는 모르겠으나 고객 페르소나 및 실질적인 사용자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서래갈매기가 위치한 지역은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곳이 공사를 시작하더니 매장이 바뀌었습니다. 

경성주막이 들어왔군요.

이때 경성주막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경성주막이 이 자리에 들어왔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야간 술집이 되어 이제는 거의 지역의 랜드마크급의 위치를 획득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적만 학교에 두고 있을뿐이지 서울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하고 있는 저마저도 거리를 지나다가 흠칫! 뭐지 이건?! 하고 쳐다볼 정도였으니까요. 

얼마나 밤에 시끄럽게 노는지 새벽에 이쪽거리를 돌아다니면 주변에 널려있는 담배꽁초와 가래침 등 뭐 안좋은쪽으로 굉장히 더러워져있는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나와서 담배피우고 좋지않은 풍경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산업적으로만 보면 호재다! 라고 할만하군요. 

문제는 경성주막이 입점하기전까지 이 거리는 그 정도 상권이 아니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면. 측면 이미지

사실 경성주막이 안에서 어떤 메뉴를 팔던 그건 상관없습니다. 

경성주막은 정확하게 이 시대의 미학적 트렌드인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업체이니까요. 

게다가 야간특수를 노리기 위해서 다른 모든것들을 배제하고 간판에 초점을 두어 빛내는 효과를 줍니다. 


물론 정확하게 따지자면. 어디까지가 미니멀리즘인지 분명히 하고. 내부의 인테리어도 따져야 하겠지만. 

외부의 인테리어만 놓고 이야기를 꺼낸다면 확실하게 통일성있는 미니멀리즘의 기준이 느껴집니다.


경성주막은. 시각적으로 WOW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왜냐하면 잡다한 정보를 제거하여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자신을 각인하는데 성공합니다. 

뒷골목 메인스트리트와 역세권 상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학이 느껴지는 매장인 것입니다. 


서래갈매기의 브랜드나 음식의 맛, 서비스 등 기본적인 것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매장은 충분히 인테리어를 훌륭하게 처리했고 나름의 철학과 고민 그리고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래는 컨셉이 오래된 매장이기도 하고 경성주막이 최근의 트렌드를 접목해 설계를 잘해낸 것이죠. 서비스 측면에서 무슨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플래그쉽 스토어 모델로 지어졌다는 생각은 들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경성주막에 무슨 혁신적인 무엇이나 눈이 튀어나올정도의 맛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다만 경성주막은 가치를 창출하고 문화를 만드려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러한 지향점을 가진 곳이라면 적어도 뭔가 다른 면이 있어 어떠한 트리거를 통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면이 필요하고, 결국 사용자경험을 고려하는 관점이 들어갈수밖에 없습니다.

경성주막은 반드시 술만 마시러 가는 곳은 아닙니다. 이곳은 서로 대화를 나누러 갈 수 있는 곳이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대조를 위해 매장샷을 첨부합니다.

좀 더 명확한 사고판단을 위한 매장샷

이렇게 되면 좀 더 판단이 명확하게 됩니다. 

단일 매장으로 비교한다고 치면 좌측이 훨씬 훌륭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으로만 보면 스스로를 매우 잘 PR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 방식을 일본식 인테리어라고 하나요. 이 거리에 오직 유일한 상점으로 존재한다고 하면 아주 훌륭한 영업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거리는 수십개의 매장이 주어진 고객을 놓고 경쟁하는 치열한 상권입니다. 


각자가 자기자신을 홍보하는 가운데 너무 많은 정보를 주입하는 인테리어는 고객의 외면을 받을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모든 쓸데없는 정보를 삭제하고 시대에 걸맞는 감각으로 일어선 경성주막은 좌중의 관심을 받을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요소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간판하나만 미니멀하게 바꾸었다면 그렇지 않을겁니다. 그리드패턴으로 위 사진에 적용을 하면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경성주막에는 규칙자체가. 선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매우 간단하죠. 인지과학적으로 보자면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뇌가 구조를 인지하는 속도가 다른 시스템인 것입니다. 


매장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파악하고 넓은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눈을 키워야하지않을까요.

눈앞의 사과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사과가 놓여진 바구니와 주변환경을 돌아보는 가운데 그 사과가 눈에 띄어야 하는 것!


앞으로도 꽤나 오랜시간 경성주막의 기세는 계속되리라 봅니다. 

미니멀리즘 컨셉으로 일어선 이 거리의 매장은 경성주막 하나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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